한국일보

마음의 안식처

2019-01-07 (월) 최은영 / 섬유조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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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테크기업들이 있는 실리콘밸리, 한국에서 휴대폰 개발을 하던 나로서는 이곳으로 이사를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신이 나는 일이었다.

구글이나 애플 본사가 있는 동네를 지날 때면 회사 이름을 사진으로 찍기도 하고, 첨단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이 가장 먼저 출시되는 이곳에서 그 스마트한 기운을 느끼면서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정교함과 발전된 기술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공상과학 영화에 나왔던 그런 시대가 어느새 현실이 되어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손가락 터치 하나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요즘, 어쩐지 나는 점점 더 옛 방식의 것들에 마음이 쓰인다. 다양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의 스웨터를 쉽게 살 수 있는데도 뜨개질이 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다. 어린 시절 거추장스럽다고만 생각했던 엄마가 떠주신 투박한 털조끼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처음으로 반나절 넘어 걸려 소뼈를 끓이면서, 어릴 때 투정부리면서 먹던 그 냄새가 정겹고 고소하게 느껴지고 그리운 엄마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따뜻한 이불을 덮고 앉아 복실복실한 털실을 손가락에 걸고 뜨개질을 한다.

어릴 적 나의 할머니처럼, 엄마처럼,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그 옛날부터 똑 닮은 그 모습으로.

<최은영 / 섬유조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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