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월은 ‘이혼의 달’

2019-01-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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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해피 패밀리’ ‘가화만사성’은 새해 희망사항 1순위로 꼽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새해 첫 달, 미국의 1월은 ‘이혼의 달’로 불린다. 워싱턴 대 데이터에 의하면 1월 첫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이혼소송 급증세가 3월까지 지속된다. 봄에 접어들면서 계절에 따라 이어지는 앨러지 시즌, 택스 시즌, 웨딩 시즌, 헌팅 시즌에 앞선 한겨울의 이혼 시즌이다.

사실 이혼 상담과 결심은 그 전부터 시작된다. 이미 12월부터 ‘이혼’ ‘자녀 양육권’에 대한 인터넷 검색이 5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파인드로닷컴의 서베이에서도 집계되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무렵의 이혼을 피하기 원해서,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가족이 헤어지기 전 마지막 명절시즌을 함께 보내기 위해 1월까지 미루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연말로 과거를 정리하고 새해 새 출발을 위해서, 효율적 택스보고를 위해서도 1월초부터 서두는 이유다.

미국의 이혼율은 혼전 동거가 늘어나고 결혼률이 줄어들면서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는데도 여전히 46.3%로 높다. 매 13초마다 1건 꼴이다. 미국의 결혼 중 약 절반은 이혼으로 끝나고 있지만 누구나 결혼할 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는 약속으로 출발한다.


그런 결혼들이 왜 깨지는 것일까. 뉴욕타임스가 “결혼에 대한 최선의 조언을 주는 이혼 변호사”로 평한 제임스 섹스턴의 신간 저서는 제목부터 흥미롭다 : “당신이 내 사무실에 와 있다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이다” 이번 주 온라인매체 복스도 20년 동안 온갖 이혼소송을 담당하며 그가 얻어낸 교훈의 정수를 “이혼변호사의 이혼 막는 안내서”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그의 조언은 단순하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기엔 쉽지 않다.

결혼하려는 사람들에겐 “신중하게 생각하라”다. 배우자 선택을 자동차 구매 정도로 생각하는 풍조에 맞춘 충고다. 램보기니나 페라리를 이상적으로 꼽는 청년도 평생 그 차밖에 가질 수 없다고 한다면 생각을 바꿀 것이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생기면 더 실용적인 차가 필요해질 테니까.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20대에서 30대, 40대로 삶의 단계가 바뀌는 동안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사람인가를 판단하고 택하라는 말이다.

결혼 한 후에는 “작은 불만을 소홀히 말라”고 당부한다. 결혼생활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깨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풀지 않은 채 쌓인 수많은 작은 불만들이 큰 문제로 터지는 것이다. 서로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작은 문제들을 너무 늦지 않게 멈출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불륜을 조장하는’ 페이스북 등 서로를 배우자의 관심권 밖으로 밀어내는 요소가 수백만 가지나 되는 요즘 세상은 ‘결혼에 적대적’이라고 경고한 그는 “꾸준히 관계를 점검하고 잘못된 모든 작은 문제들에 주의를 기울이며 고쳐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내 사무실에 찾아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재산소유권과 생명보험 수혜자 선택권에서 부양의무에 이르기까지, 죽음을 제외하곤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법적 변화인 결혼에 별 생각 없이 뛰어들었다가 상상과는 다른 현실에 갈등하고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그의 충고에 귀를 기울인다면 새해의 희망찬 시작인 1월도 언젠가는 ‘이혼의 달’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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