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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목소리 낮추고 더불어 사는 삶

2018-12-29 (토) 12:00:00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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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건국 자체가 이민자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다민족 다문화 사회이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있다. 미국 인구 조사국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40개의 언어가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집 밖을 나서며 지나치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의 생활이 자연스럽고 때로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어 좋다. 굳이 불편함을 꼽는다면 각 나라에서 사용하던 모국어의 음성이 시끄러움으로 느끼게 될 때의 당혹감이다. 누구에게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는 잡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은 할 텐데 한 옥타브 낮추어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주말 아침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한가로운 아침 시간을 커피와 함께하고 있다. 종종 마주치는 여러 한인들과의 모임은 사랑과 믿음이 깃든 모국어로 대화하는 즐거운 모임이다. 늘 선호하는 좌석에 앉게 되니 내 좌석과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


꽤 오래전부터 마주치는 분들이고 처음 얼마 동안은 집중해서 글을 읽기가 불편했었는데 요즈음은 별로 방해가 되지 않는다. 나름대로 생각해 보니 처음에는 한국어로 인해 집중해서 글을 읽기보다 남의 대화에 눈보다 귀가 더 열려 있었다. 지금은 나의 집중을 눈으로 옮겨 오니 글을 읽고 생각하는 데 별 지장이 없다.

그런데 한국어와 비슷한 억양을 가진 다른 이민자들의 떠드는 소리는 더 크게 들려오며 때로는 불편함에 일찍 일어나서 떠나게 된다. 바꾸어 생각해 보면 우리도 그런 일을 생각지 못하고 생활하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모임에서의 즐거운 대화가 단지 시끄러운 잡음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넉넉한 공간에서 친구들과 자리를 잡고 적당한 크기로 말을 하는 습관에 길들인다면 그것이 서로가 화목하고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닐까.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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