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리 증가율 둔화·실업률 소폭 상승…미중 무역전쟁 변수 속 소비심리 탄탄
▶ 집값 소폭 상승 속 거래량은 감소 예상
2019년 한해 동안 가주 주택가격은 소폭 상승하지만 거래량은 감소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AP]
2019년 가주 경제는 미국 경제 전반의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러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 성장률과 신규 고용, 실업률과 실질 임금 상승 등 각종 지표에서 최근 수년간 보여줬던 강력한 성장세가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의 최전방에서 강력한 유탄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탄탄한 소비심리와 갖가지 개선되는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소폭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 부동산 시장은 상당 부분 조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오를 만큼 오른 집값 탓에 주택 거래는 1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신규고용 늘지만 증가세는 둔화
채프먼 대학교는 2019년 가주 전체의 신규 고용이 26만6,000명으로 1.6% 늘겠지만 2014~2018년 5년간 매년 연평균 39만4,250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던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9,250개와 비슷한 규모를 기록하고, 고소득 하이테크 분야는 1만1,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 2% 증가하겠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1만9,500개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 분야로 채프먼대는 레저와 관광 분야를 꼽았는데 2019년 해당 업종의 신규 일자리는 1만6,000여개로 0.8% 늘겠지만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6만1,750명씩 고용이 늘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또 주택 건축 분야에서 유닛 당 2.4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2014~2018년 평균인 유닛 당 3.7개보다 줄어든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 분야의 일자리는 2019년 한해 9,000개 증가해 1.1% 늘어나면서 최근 5년간 증가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규고용 둔화에도 불구하고 개인소득과 소비는 늘어날 전망으로 2019년 한해 가주 주민 전체의 개인소득은 2조6,100억달러로 5.25% 증가하며 소비는 4.04% 늘어난 7,4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뱅크 오브 더 웨스트도 2019년 가주 경제를 전망하며 신규 고용이 전국 평균은 넘어서겠지만 이미 완전 고용 상태에 접어든 점을 감안할 때 속도는 더뎌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2.1%를 기록했던 연간 고용 증가율은 2018년 1.8%로 낮아진 뒤 2019년 1.2%로 예상됐다. 이미 경제학적으로 완전한 수준으로 고용이 이뤄졌고, 가주의 생활비가 꾸준히 상승하며 근로자들을 압박하고 있으며, 빡빡해진 금융환경 등이 가주의 노동 시장 성장 엔진에 제동을 걸 것이란 설명이다.
스캇 앤더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4.2%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가주의 실업률은 2019~2020년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2017년 말 전격적으로 이뤄진 연방정부의 감세정책 효과로 가주 주민들의 세부담 감소분은 330억달러로 소폭이나마 소비와 사업비 지출 등에서 경기부양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주 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요인들이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2017년 기준으로 가주의 빈곤층 인구는 746만명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지만 빠른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빈곤층에 속하는 인구가 지난 5년간 149만명 줄어 17% 감소세를 기록했다.
임금도 오르는 추세다. 주급을 기준으로 LA와 OC의 근로자는 2017~2018년 연평균 3.3% 상승해 이전 2년간 1.7%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또 인랜드 지역은 2015~2016년 변화가 없었던 것이 2017~2018년에는 3%로 개선됐다.
가주 소비자들의 경제 전망에 대한 낙관론도 확산되고 있다. ‘컨퍼런스 보드’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8년 10월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163.9로 9월의 137.2와 전년도 10월의 151.9보다 올랐다.
여기에 가주 정부의 신용도도 높아졌다. 에퀴팩스, 엑스페리언, 트랜스유니언 등 3대 신용평가사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재정 신뢰도를 전국에서 4번째로 높게 평가했다. 여기에 무디스까지 합세해 가주의 재정 현황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격상했는데 향후 2년 이내 추가로 등급 상향이 이뤄질 수 있는 시그널로 읽히는 대목이다.
내년 가주 내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가세는 지난 5년간 연 평균 증가율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AP]
■주택가격 소폭 상승, 거래량은 감소
2019년 가주의 주택시장 전망은 ‘거래량 감소, 집값 소폭 상승’으로 요약된다. 다만 예측 기관에 따라 깊이와 폭은 달리 내다봤다. 가주부동산협회(CAR)는 ‘2019 가주 주택시장 예측’ 보고서를 통해 2019년 기존 싱글 홈 거래량이 39만6,800채로 2018년에 비해 3.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가주 중간 주택가격은 2018년 잠정치인 57만5,800달러보다 3.1% 오른 59만3,450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집값이 바닥을 치고 오름세로 돌아섰던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또 뱅크 오브 더 웨스트는 2018년 가주의 집값이 8.5% 상승했지만 2019~2020년은 평균적인 상승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북가주의 베이 지역은 2017년 12%와 2018년 10.9% 등 높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2018년 이후로는 고용시장 성장 정체, 저렴한 주택 매물 실종, 오르는 모기지 이자율과 세제 개편안의 미미한 경기 부양 효과 등으로 집값 상승세가 눈에 띄게 더뎌질 것으로 내다봤다.
채프먼대학교는 지난해 말 2019년 부동산 예측을 내놓으며 기존 싱글 홈과 콘도 거래량이 35만7,000채로 1년 만에 4만8,000채, 약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4~2018년 5년간 연평균 거래량은 40만7,400채로 CAR이 전망한 2019년 3.3% 감소세보다 더 큰 폭으로 시장이 냉각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집값 상승세도 둔화돼 2019년 가주 전체의 중간 집값은 59만2,000달러로 2.96%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2014~2018년 연평균 상승률인 6.38%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신규 주택 건축은 싱글 홈 기준으로 5만2,266채로 전망돼 1년새 7,936채, 13.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신 아파트는 5만7,916채로 5,752채, 11%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거래 부진 속에서 가주 집값의 상승속도가 꺾인 가장 큰 이유 역시 바이어들의 능력 감소가 꼽힌다. 또 꾸준히 오르는 모기지 이자율도 장애물로 CAR은 2019년 30년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이자율을 0.5%포인트 오른 5.2%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2020년에는 부동산 냉각기가 올 것이란 전망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전국부동산협회(NAR)가 지난해 라스베가스에서 개최한 연례 컨퍼런스에서 제기된 공통된 주장으로 요지는 “2020년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멈출 것”이라는 것이다.
2018년까지 최소 8년간 이어진 부동산 활황세가 언제까지 유효할 것이냐는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당시 컨퍼런스에 참석한 부동산 전문 ‘쿠쉬맨 앤 웨이크필드’의 리바티 그린우드 수석 리서처는 “2020년께부터 불황 수준은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시장의 분위기가 슬로우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황으로 직결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은 나오지 않았지만 거시 경제와 관련해서는 불황 가능성이 제기됐다. ‘코어로직’의 프랭크 노태프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조사 결과 경제학자의 절반 가량이 2020년께 불황이 올 수 있다고 답했고 30% 가량은 2021년 또는 그 이후를 점쳤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 신축은 2019~2020년 2년간 늘겠지만 수요 증가세에는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전국주택건축가협회(NAHB)의 로버트 디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강력한 수요 덕분에 건축가들의 향후 경기 전망이 최근 20년 사이 가장 좋게 나타났다”며 “다만 원자재값 상승과 노동력 부족, 규제 강화와 인허가 어려움이 겹쳐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공급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준을 버블이라고 부르기는 무리라는 분석이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10% 이상 부동산 가격이 과대평가된 전국 대도시의 비중이 2006년에는 67%에 달했지만 최근 32%에 그친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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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