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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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 크리스마스 스피릿

2018-12-25 (화) 12:00:00 최은영(섬유조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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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우리 집에는 12월이 되어도 그 흔한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가 없었다. 그때의 나에게 성탄절이란, 텔레비전에서 이제는 중년이 된 맥컬리 컬킨 주연의 영화 ‘나홀로 집에’가 방영되는 그런 날일뿐이었다. 당연히 산타할아버지나 선물 같은 것도 없었던 시절을 지낸 나는 지금도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설레는 마음보다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어도 뭘 해도 흥이 나지 않았다. 친구들이 선물 준비로 바쁠때면, 난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아 난감해 하곤 한다.

몇 년 전 작지만 따뜻한 선물을 매년 챙겨주는 절친의 집에서 성탄절을 보내게 되었다. 친구의 집에는 정성스레 단장한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멀리 사는 친척들이 보내온 선물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성탄절을 맞아 친구의 어머니와 동생가족들이 찾아와 선물을 주고받고, 정성스레 포장된 선물 꾸러미들을 풀어보는 신나고 행복한 순간을 함께하면서, 특히 아이들의 환희에 가까운 표정을 보면서, ‘아, 이런 게 크리스마스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맘 때쯤 내 인생에서 빠져 있던 것은 약 두 스푼 정도의 ‘크리스마스 스피릿’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어느 날 아침 숟가락 가득 퍼 넣어서 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아주 어린시절부터 매년 쌓아온, 12월이 다가오면 그때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신나고 설레는, 그런 스피릿이다. 어린시절을 받는 즐거움으로 보낸 뒤, 자연스럽게 그런 즐거움을 다른 이에게 선물하려 준비하는 어른이 되는, 그런 스피릿이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아이가 생긴 나는, 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스피릿이 부족한, 건조한 연말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추수감사절이 지나자마자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늦지 않게 꺼내 아이와 함께 장식하고 신나는 캐롤도 듣는다. 이제는 제법 한몫을 하는 아이와 함께 직접 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해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고, 친구들에게 선물할 목록을 작성하고, 풍성한 포장도 함께한다. 이곳의 삶에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크리스마스가 한해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준비하게 되었다. 주는 기쁨에 한껏 취해 보내는 요맘 때의 이 순간, 바로 크리스마스 스피릿과 함께!

<최은영(섬유조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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