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고생없이 얻는 것은 없다
2018-12-22 (토) 12:00:00
메이 최(UC버클리 학생)
하루에 서너 시간 자는 생활이 몇 주간 계속됐다. 또 어김없이 버클리의 기말고사라는 강적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는 내 욕심이 과해서 유난히 힘들었다. 직장을 잡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평소 엄두도 내지 못했던 여러 일을 병행하면서 정말 하루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육아, 학업, 일 중 어느 하나만 하더라도 때론 벅차지 않은가? 때로는 “나도 쉼이 필요해. 나에게 좀 관대해져”라며 나 자신과 타협하고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 학기를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조금 더 발전된 ‘나’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고생 끝에 오는 엄청난 성취감, 힘든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 때문이었다.
지난 33개월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친구, 노는 것, 꾸미는 것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오롯이 대학 졸업이라는 한 길만 보고 달려왔다. 나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다. 부모님을 비롯해 나를 아끼는 주위 분들은 내가 학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내가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을 훤히 보였을 테고, 또 그 많은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역시 나는 그들이 염려한 바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몸은 몸대로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삶을 살아왔다. 우울하기도 했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고, 상실감에 빠지기도 했고, 뭐 하나 제대로 잘하지도 못하는 나라는 사람이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 한 학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기말고사 때까지만 하더라도 힘들다고 불평하는 시간이 많았고, 졸업 후 앞날에 대해 걱정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미래에 대한 설렘이 훨씬 크다. 어린 나이에만 가질 수 있다는 그 패기 때문인지 아니면 무식함이 부르는 용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나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때 내가 쉬운 길을 택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고, 나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아무리 막막하고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이 수 천번 들어도 마음만 단단히 먹고 목표에 집중을 한다면 우리는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메이 최(UC버클리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