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엄마의 강한 척
2018-12-15 (토) 04:55:51
메이 최(UC버클리 학생)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엄마가 강하다기보다는 강한 ‘척’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경우만 보더라도 엄마가 되기 전보다 막상 무서운 것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두려움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약해지고 겁쟁이가 되어간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난 아이가 온전히 의지하고 있는 대상, 엄마니까 말이다.
얼마 전 넷플렉스(Netflix)에서 ‘Weeds’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이 드라마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두 아이를 둔 엄마 낸시(Nancy)가 남편을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잃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대마초 거래를 하며 겪는 난관들을 전개한다. 가정주부로 평범한 삶을 살던 낸시가 자신의 차와 반지를 담보로 산 대마초를 거래하다가 경비원에게 들통나 몽땅 빼앗기기도 하고, 다른 대마초 거래자들로부터 협박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낸시는 남편의 존재가 그리워 차 안에서 통곡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대마초 거래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인지하며 두려움에 떨고, 이렇게 불법 행위를 하며 살아가는 자신을 채찍질한다. 하지만 낸시는 아이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한다. 아이들에게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예전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물론 낸시가 하는 일이 옳다거나 낸시가 하는 일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Weeds’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낸시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낸시에게는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큰 숙제가 있었고,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을 것이다. 또 자신의 직업이 떳떳하지 못해 늘 불안에 떨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낸시는 이러한 불안정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엄마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나 또한 그렇다. 남편과 말다툼을 하다가도 아이가 불안해 할까봐 아이 앞에서는 금방 괜찮은 ‘척’을 한다. 우울한 날에도 괜찮은 ‘척’ 아이를 마주 대하며 활짝 웃어 보인다. 이뿐이 아니다. 아이가 수족구나 고열로 심하게 아파할 때도 아이를 지켜주고 안심시켜 줘야 한다는 마음에 그저 다 괜찮을거야라고 하며 강한 ‘척’을 한다. 하지만 이는 엄마라는 존재가 강해서기 때문이 아니다. 엄마도 때로는 울고 싶고 불안하기도 하다. 엄마도 때로는 ‘척’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싶다...
<메이 최(UC버클리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