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일보 통합앱다운

문재인 정권과 군부

2018-12-12 (수) 이철 고문
작게 크게
운전 도중 계기판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가장 가까운 정비소로 달려가야 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 별것 아니라고 자신이 판단을 내리고 한참 달리다가 엔진이나 트랜스미션을 완전히 파손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차를 고치거나 새 차로 바꾸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본다. 운전자의 자만과 섣부른 진단이 초래하는 불행이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왜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했을까. 영장 기각 후 피의자가 자살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군인은 명예가 생명이다. 그래서 군인이 무슨 훈장을 탔는가를 자랑으로 삼는 것이다. 모욕을 참느니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예비역 3성장군, 더구나 기무사령관까지 지낸 군의 엘리트 출신을 영장심사에 수갑을 채워 출두하게 하는 것은 상식이하의 조치다. 며칠 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 기로에 섰던 두 전직 대법관도 수갑을 차지 않았고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도 수갑을 차지 않았었다. 심지어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최경환 의원도 맨손이었다.

그런데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에게는 검찰이 수갑을 채운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규정에 의해서 취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혐의를 부인하는 이 전 사령관에게 망신을 주어 기를 꺾자는 의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망신주기는 법을 가장한 폭력이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비극도 그래서 일어난 것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변창훈 부장검사도 작년 11월 자신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일 투신해 숨졌다. 그는 자녀들 앞에서 수사 받는 자신의 모습에 너무 비참함을 느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했다. 수사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미리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검찰에 제시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일평생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들에 대한 수사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군인은 명예를 생명으로 삼고 있기에 사소한 실수가 군을 모욕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이 흔들리면 문재인 정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민노총, 전교조의 인권만 존중할 것이 아니라 군인의 명예도 존중해주는 풍토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자살사건은 군장성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문재인 정권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아야 한다.

촛불시위의 성공이 한국사회를 법치가 아닌 또 다른 폭치(暴治)로 몰아가고 있다. 며칠 전에는 민노총 회원들이 회사간부를 감금하고 구타하는데도 경찰이 먼발치에서 보고만 있었는가하면 민노총 조합원들이 대검찰청 민원실을 불법적으로 점거해 검찰총장이 불법집회자들을 피해 뒷문으로 퇴근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있었다. 법에 따라 폭력집단을 진압했던 경찰이 도리어 폭력경찰로 몰리는 일이 허다하다. 공권력이 이렇게 무력해져서야 되겠는가.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대통령도 많이 변했다. 평소 소탈하고 겸허하던 자세는 어디로 가고 지금은 옹고집이다. 국정수행에 겸허하게 접근하지 않고 점점 권위적이며 자신의 판단이 가장 옳은 것으로 착각하는 징후들이 드러나고 있다. 적폐청산이라고 한다면 폐단과 제도, 관행을 고쳐야 하는데 사람과 반대세력을 청산하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적폐청산이 정치광풍으로 변하고 있다.

<이철 고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