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입장 차이
2018-12-01 (토) 12:00:00
메이 최(UC버클리 학생)
11월 들어 캘리포니아에 여러 차례 큰 산불이 발생했다. 북가주에서 발화한 캠프 파이어(Camp Fire), 남가주 말리부 울시 파이어(Woolsey Fire)와 벤추라카운티에서 발생한 힐 파이어(Hill Fire)가 한달 동안 지속되면서 이 지역 일대 주민들이 충격에 빠졌고,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도 피해를 입었다.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가장 잔인했던 이 캠프 파이어 산불은 80여명의 생명을 빼앗아가고 수백명이 넘는 실종자들을 낳았으며, 1만여 채 건물을 파괴시켜 많은 이들의 보금자리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살고 있는 나 또한 산불이 일상생활에 미친 불편함을 경험했다. 공기가 나빠 강의실을 옮겨 다니기에도 눈이 따갑고 숨쉬기가 거북했다. 심지어 이곳의 대기오염 수준이 ‘매우 해로움’을 넘어 이틀간 대학교가 문을 닫고 모든 강의를 취소하는 상황까지 갔다. 그뿐이 아니다. 아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놀이터에서 풀 수도 없었다. 아들은 밖에 나가 놀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고, 이런 아들을 집에서 달래며 놀아줘야 하는 나 역시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산불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어려움은 뒷전으로 하고, 나에게 이런 피해를 준 산불이 야속하기만 했다.
UC버클리 총장(Chancellor)이 전체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자들과 관계가 있는 학생들을 위로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동안 산불로 인해 내 일상생활이 다소 불편해진 것에 불평하고 짜증을 냈다. 그런데 이 이메일을 읽고 나니, 하루하루 여유없이 살면서 잃어버린 것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번 산불로 인해 누군가는 가까운 사람을 다시 볼 수 없게 되었고, 누군가는 평생을 노력해 얻은 많은 것들을 잃게 됐을 것이다. 이로 인해 그들이 겪어야 하는 좌절, 아픔, 상처를 함께 나누기보다는 나에게 오는 불편함만 생각하며 무심하게 지냈던 나의 이기심을 새삼 느꼈다.
여러 날이 지나서 산불도 잡혔고, 내 삶도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사람은 누구나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온전히 그 사람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번 계기를 통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돌아보는 참 시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메이 최(UC버클리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