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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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 특별한 추수감사절

2018-11-30 (금) 12:00:00 박혜서(전 소노마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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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추수감사절을 보냈다. 한국의 추석 만큼이나 즐거운 명절이었다. 나는 추수감사절에는 특별한 추수감사절 생각이 떠오른다. 매사추세츠의 보스턴에 갔을 때 보았던 플리머스 플랜테이션(Plymouth Plantation)의 추수감사절 풍경이다.

플리머스 플랜테이션은 1620년 영국 청교도들이 미국에 첫발을 내디딘 정착촌 생활사 박물관이다. 청교도들을 도와준 원주민 마을과 청교도 마을이 있는, 한국의 민속촌 같은 곳이다. 인근의 하버드나 MIT, 존 F. 케네디 도서관과 박물관을 둘러본 기억보다 이곳이 더 생생히 떠오른다.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66일간의 항해 끝에 도착했으나 추위와 굶주림 등으로 102명 중 52명이 살아남은 곳이다. 이듬해에는 왐파노아그(Wampanoag)족의 도움으로 농사를 짓고 추수를 한 다음 원주민을 초대해 축제를 벌인 것이 추수감사절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플리머스 플랜테이션에서는 정착 당시의 생활 모습과 축제를 벌였던 곳, 가구, 식기, 도구들과 옛날 방식 그대로 모닥불을 피우고 요리하는 모습까지 재현해주고 있었다. 청교도들이 추수한 곡식과 과일, 채소, 야생 칠면조와 원주민이 사냥해 온 사슴 등으로 차려졌던 첫번째 ‘추수감사 축제’야말로 가장 ‘특별한 추수감사절’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별’의 의미는 ‘보통과 구별되는 다름’이다. 그렇다면 청교도들의 ‘특별한 추수감사절’뿐만 아니라 지금 모든 가정의 추수감사절이 다 특별한 추수감사절이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 우리가 모두 보통과 다른 특별한 추수감사절을 지내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추수감사절만 해도 아들네 네 식구만 와서 모처럼 오붓이 지냈다. 매해 여러 가정이 모여 시끌벅적하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서 얘기를 나누며 DVD와 8mm 영사기로 손주들과 아들이 자라던 모습을 보면서 즐거웠다. 며느리와 남편의 뛰어난 음식 솜씨도 더욱 돋보인 추수감사절 만찬이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쁜 ‘풀꽃’처럼 자세히 보면 모든 가정마다 독특한 ‘특별한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있었다. 올해는 정말 특별한 추수감사절이었다.

<박혜서(전 소노마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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