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글로 배운 육아
2018-11-20 (화) 12:00:00
최은영(섬유조형 작가)
아이가 고개를 가눌 수 있을 즈음부터 아이를 아이 방에 따로 재우기 시작했다. 아직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지만, 모두 함께 자다보니 온 가족이 다 잠을 설치게 되어 내린 결정이었다. 밤에도 수유를 해야 하는 어린 아기라, 배가 고파 울 때마다 깊은 잠을 자는 나보다 잠귀가 밝은 남편이 먼저 깨어 아이를 나에게 데려왔다 다시 데려가 재우곤 했는데, 많을 때는 밤새 서너번씩이나 두 방 사이를 들락거렸다. 그때부터 남편은 얕은 잠을 자게 되었다.
우리도 수면 교육이라는 것을 안해 본 것은 아니었는데, 책과 인터넷을 통해 육아를 섭렵한 우리는 온갖 연구 자료들을 읽고 그중 몇가지는 시도해 보기도 했다. 한번은 아이가 울더라도 그냥 내버려두는 방법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하루 이틀 지나면 점점 우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혼자서 잘 자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아들은 크립에 서서 울다 지쳐 난간에 기대어 잠이 들고, 기댄 몸이 휘청해 잠이 깨면 또 울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치면 누워서 잠이 들어야 할텐데, 절대 눕지 않고 계속 선 채로 울다 졸기를 반복했다. 결국 우리는 실패를 선언해야 했다. 사실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 많이 망설이다 시도했던 것인데 역시나 아니였다.
이밖에도 아이가 자는 옆에 앉아 10여분 기다려 주기, 아이 방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있어 주기 등등, 다른 몇가지 방법을 해 봤지만, 아이는 항상 방에 괴물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엄마랑 함께 자기를 원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아이의 침대까지 우리방에 들여놓고 셋이 다 함께 자기 시작했는데, ‘왜 엄마 아빠는 같이 자면서 나는 혼자 자야 해요?’라는 말로 할말을 잃게 했다.
어느 날 인터넷 창을 닫고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았다. 아이가 더 크기 전에 더 많이 안아주고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지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내 아이를 키우는 방법은 책도 인터넷도 아닌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나는 내 마음 안의 답을 따르기로 했다. 무려 5년반만에 남편을 자유롭게 혼자 자도록 했고, 나는 아이의 따뜻한 몸을 안고 함께 잠들기 시작했다. 남편은 이제 깊은 잠을 자고 있었고, 나도 아이와 함께 달콤한 잠에 들 수 있었다. 항상 잠이 부족해 육아를 힘들게만 생각했었는데, 해결책은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걸 이제야 알다니!
<최은영(섬유조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