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내음에 흠뻑 젖어드는 그리피스팍 품 안에 자리 형형색색 전구 장식도 장관
(AP=연합뉴스)
가을은 햇볕을 타고 찾아와서 나무위에 터를 잡는다. 해가 짧아진 만큼 장점도 있다. 낙옆 위를 걷기 딱 좋아진 날씨다. 색깔이 변해 가는 나무들을 보면서 가을의 정취에 잠기는 순간이 필요하다. 삶에 달구어진 이마를 어느덧 싸늘해진 바람에 식히며 세월의 흐름을 새삼 절감해야 한다.
LA 동물원(LA Zoo)은 이런 계절에 가장 들어맞는 곳이다. 동물원이라고 하면 먼저 어린이들이 떠오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동물원은 LA의 뒷동산인 그리피스팍 안에 안겨 있다. 가을이 듬뿍 내려 앉은 나무 숲을 조용히 바라 보며 오랜만에 우수에 젖을 수 있고, 인근의 나무숲 사이를 묵묵히 걸으며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장소가 LA 동물원이다.
혼자도 쓸쓸하지 않고, 연인과는 달콤하고, 가족과는정감이 넘치는 시간을 LA 동물원은 무차별로 제공한다. 심지어 자녀와 함께 동물원을 찾아도 잠시 짬을 내혼자 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더구나 동물원 안에는 식물원(Botanical Gardens)이함께 들어서 있다. 지난 2002년 문을 연 식물원에는 수천 가지의 수목을 비롯해 풀과 꽃들이 가을 바람에 잔잔히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동물원의 공식 명칭도 ‘LA 동물원-식물원’이다.
동물원 전역에 걸쳐 15개로 각가지 테마별 정원이 조성돼 있다. 800종이 넘는 종류에 따라 7,400개 이상의 각종 나무와 꽃 등이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다. 어린이에게는 동물과 함께 식물을 소개할 수 있는 최적의 학습장 역할을 한다. 또 어른에게는 가을 정원이 선사하는 풍경화 속의 한 자리를 내어 주기도 한다.
LA 동물원이 원숙한 쉼터로 성장한 힘은 신난의 세월을 견뎌낸 이력 덕분이다. LA 최초의 동물원은 1912년 문을 열었다. 그때 이름은 그리피스팍 동물원이었고 현재 위치에서 남쪽으로 약 2마일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이 동물원은 1966년 8월 페장됐고 뒤를 이어 같은 해 11월 LA 동물원 이 지금의 장소에서 개장했다. 당시에는 동물원을 민간 기업에 매각하자는 여론이 안 좋았었다. 적자 운영에 관리 예산을 줄이자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동물원이나 식물원은 돈으로만 따질수 없는 도시 문명의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잔 홀랜드 LA 시의원은 동물원을 시정부 소유로 지키는데 큰 공헌을 한 주인공이다.
LA동물원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찾는 곳 중의 하나가 ‘머헤일 마운틴스’(Mahale Mountains)일 것이다. 1에이커의 시설에 침팬지 원숭이들이 모여 살고 있는데 떼를 지어 생활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 또 1.5에이커에 달하는 ‘캄포 고릴라 리저브’(Campo Gorilla Reserve)도 인기다.
이밖에도 4,200만 달러를 들인 대공사 끝에 2012년 오픈한 ‘아시아의 코끼리들’(Elephants of Asia) 우리는 대지만 3.8에이커에 달할 정도로 넓다. 태국 코끼리가 나무를 옮기는 등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인도산 코끼리가 모인 ‘인디아 플라자’와 코끼리 목욕탕도 둘러보게 된다.
LA 동물원을 방문할 때는 5번 프레웨이에서 동물원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출구 대신 로스펠리츠 블러버드(Los Feliz Blvd.)에 연결된 입구로 들어가는 게 훨씬 낫다. 시속 15마일로 천천히 공원 길을 달리며 사방을 둘러보자.
이왕이면 창문을 열어도 좋다. 말을 타고 지나는 주민도 보고, 조깅하는 사람도 보고, 잔디밭에서 피크닉하는 가족과 골프를 치는 이웃도 보며 가자. 그 와중에 가을의 냄새가 구석구석 몸과 마음을 휘감을 것이다.
LA 동물원은 모든 방문객을 기쁘게하기 위한 준비를 연중 수시로 마련하고 있다. 동물원에서는 생일파티를 비롯해 각종 단체모임을 가질 수도 있다. 또 회원에 가입하면 멤버를 위한 가든 투어에 참여해 오붓한 휴식을 누릴 수도 있다. 특별히 기억해 둘 이벤트는 연말연시 점등행사다. 동물원 전체를 장식한 형형색색의 전구가 일제히 빛을 발하는 장관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