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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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 나로 살아가기

2018-11-14 (수) 12:00:00 김영미(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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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의미를 갖게 되는 건 독립적인 나 혼자로서의 존재보다는 사회나 집단 속에서의 나 자신을 발견할 때인 것 같다. 소속감이 필요하고 인정도 받아야 하고 타인을 통해 나의 존재의미를 확인하고자 우리는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때론 타인과의 공존을 통해 우리가 받는 감정들이 정말 긍정적인 감정들만일까? 오히려 사회의 동질성이 높아질수록 집단의 응집력이 높아지는 등 순기능도 있지만 경쟁과 시기, 비교 등의 역기능도 생기고 나 자신의 진실된 내면보다는 남들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에 더 많이 집중하게 된다.

이런 속내가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명품백이 아닌가 싶다. 아마 아무리 고가여도 세상 사람들이 그 이름조차 모른다면 선뜻 고가에 그걸 사게 되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유독 이런 남다른 명품사랑이 특히 나를 포함해서 아시아인에게 더욱 심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자문해 본다. 아주 근거없는 경험적 일반화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더욱 역설적인 사실은 오히려 부자들은 부자로 보일까봐 부자인 티를 내는 것을 그리 달가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지만 부자들의 사고방식은 철저히 효용과 가치를 중심으로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람들이 자동차, 옷, 가방 등의 과시적 소비를 사랑하듯이 연말 세일시즌 아울렛의 일부 명품매장에 길게 늘어선 줄에는 거의 대부분이 아시아인들이다. 이는 우리가 기죽기 싫어서, 남들한테 부유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못난 열등의식의 역설적 표현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비치는 내 외모에 집중하기보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고 나의 본질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판단에서 자유롭고, 나를 나로서 사랑할 때, 내가 조금 못나도 내가 조금 없어도 나를 끌어안고 사랑할 때 비로소 남을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멋진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더 있어 보이고 멋져 보이는 내 자신의 만족감보다는 오히려 그런 것을 갖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이웃에게 전해지는 위화감과 좌절감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명품사랑이 조금 줄어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위사람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보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욱 애정어린 시선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영미(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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