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집권 후반전

2018-11-08 (목) 신기욱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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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후반전

신기욱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소장

‘블루 웨이브’의 돌풍이나 ‘샤이 트럼프’의 이변은 없었다. 6일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예상대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고 공화당은 상원을 수성하였다. 상원 100석 중 35석, 하원 435석 전체,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새로 선출한 이번 선거에서 하원은 민주당이 확고한 과반수를 차지한 반면, 상원은 공화당이 오히려 의석을 추가하며 수성을 견고히 하였다. 하지만 야당이 중간선거에 이기는 것은 상례로 크게 놀랄만한 결과는 아니다. 오히려 공화당에 자신의 색깔을 강화한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과 치열한 정치적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선거는 원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업적평가의 성격이 짙지만 이번의 선거구도는 일찌감치 ‘친(親)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로 짜여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특히 오바마케어 폐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무슬림 입국금지, 러시아 스캔들 특검수사, 중국과의 무역전쟁, 북한에 대한 군사위협과 정상회담 등 그가 보여준 ‘트럼프식’ 국정운영은 숱한 논란을 낳았으며 이를 반영하듯 많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였다. 뉴욕타임스 추정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에 약 1억1,400만명이 투표하여 4년 전 8,300만명에 비해 37%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 방식이 바뀔 조짐은 없다. 비록 하원은 민주당에 넘겨주었지만 공화당내 트럼프의 색채는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나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 등 트럼프에 비판적이었던 공화당 의원들이 은퇴하고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지지한 100여명의 상하원 후보 중 상당수가 입성을 했다. 이 중에는 대선 경쟁후보였던 테드 크루즈나 지난번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미트 롬니도 포함된다.


오히려 트럼프는 자신의 어젠다를 더욱 거세게 밀어 붙이면서 재선을 위한 대선국면으로 전환하려 할 것이다. 여전히 지지율 50%를 밑돌고, 하원을 민주당에 넘겨주기는 했지만 역설적으로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의 열렬한 지지층은 여전히 견고하며 민주당에는 트럼프에 맞설 강력한 후보가 보이질 않는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그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임기 2년차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트럼프는 이미 선거자금을 1억 달러 이상 모았는데 그만큼 그의 재선에 베팅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북정책도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본격 제기하는 등 트럼프의 정책을 좀 더 면밀히 들어다 볼 수는 있겠지만 현 대화와 협상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북한이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한 대북 압박과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지난 1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중지되고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하는 등 평화국면으로 들어선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다시 군사위협을 하는 등 강공책으로 돌아서기보다는 2020년 재선 등 본인의 정치적 시간표를 고려하며 북핵문제를 관리해 갈 것으로 보인다. 오늘 열리기로 했다가 급작스레 연기된 미북 고위급 회담의 재개나1월 초·중으로 예상되는 제2차 미북정상회담도 이러한 전략과 정치적 일정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문제는 비핵화 과정이 장기화 되고 대북제재가 유지되면서 한미 간의 간극이 커지는 데에 따른 우려이다. 미국이 대북제재의 고삐를 풀지 않는 한 한국의 대북협력 사업은 진전을 이루기 어려운데 마음이 급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현 상황이 마뜩치 않다. 더구나 내년 말이 되면 2020년 총선국면으로 접어들고 총선결과에 따라 급속하게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음을 고려하면 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대북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1년 남짓하다. 한 목소리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외치지만 종신직인 김정은, 재선 시간표에 맞추고 있는 트럼프, 레임덕 전에 성과를 내고픈 문재인, 3인의 지도자간의 동상 ‘삼’몽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트럼프식 국정운영의 분수령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우려 속에 치러진 중간선거는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민주당의 하원 탈환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더욱 견고해 졌지만, 공화당 내 자신의 색채를 강화한 트럼프의 집권 후반부는 국정운영이나 어젠다에서 변화나 타협을 하기보다는 더욱 치열한 정치적 공방을 이어갈 것이다.

<신기욱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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