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은퇴 후 살기 좋은 곳

2018-11-02 (금) 12:00:00 박혜서(전 소노마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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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마을은 라센 볼카닉 국립공원 기슭에 위치한,비교적 한적한 곳이다. 새크라멘토강 상류 쪽이라 공원이 많은데, 그중 터들 베이 탐험공원(Turtle Bay Exploration Park)과 레마(Lema) 목장공원은 은퇴한 남편과 내가 즐겨 찾는 곳이다.

터들 베이 탐험공원은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인 해시계 다리(Sundial Bridge)로 유명하며 그 양쪽에 박물관과 맥코넬 수목원이 있어 볼거리가 많다. 해시계 다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디자인한 유리 다리이다. 습기가 있을 때는 미끄럽지만 평소에는 발 닿는 느낌이 보들보들해서 다시 걷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다리다. 남편과 나는 주로 반짝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2.4마일 산책로를 걷는다. 새크라멘토 강과 그 주변의 광대한 경치를 감상하며 우리 부부는 행복에 젖는다. 요즘 산책로에서 도토리가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모자나 어깨 위로 “툭툭”하고 떨어져 주는 행운도 만난다.

레마 목장공원에도 5개의 호수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그곳은 야생오리, 거위와 수많은 새의 보금자리이자 물새들의 천국이다. 이 공원은 산책길도 아름답지만 해마다 마을사람들에게 감을 나누어주는 농장이 있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준다.


처음에 이곳으로 세 가정이 이사를 왔다. 소노마 한국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 형제처럼 지내던 이들이다. 오랜 공직생활을 은퇴하고 어렵사리 살기 좋은 곳을 찾아낸 이곳에서 모두 마음에 맞는 집을 짓고 꽃과 과일, 채소를 심고 가꾸며 지냈다. 세 가정 부부가 함께 숲속의 강과 호수를 따라 노래와 이야기를 나누며 은퇴 생활을 즐겼다.

그런데 2년 전, 연장자인 가정이 LA 딸네를 다녀와 딸네 가까이 가겠다고 하며 정성 들여 가꾼 집을 팔고 오렌지카운티로 이사를 했다. 그러더니 올봄에는 막내인 가정도 헤이워드의 딸네 가까이 이사를 했다. 아무래도 은퇴 후 가장 살기 좋은 곳은 딸네와 가까운 곳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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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서씨는 서울교육대와 숙명여대 대학원(교육학 석사)을 졸업했다. 서울시 초등학교 교사로 34년, EBS 한국교육방송 강사, 국정교과서 집필위원, 재미한국학교협의회 강사, 소노마한국학교 교장을 지냈다.

<박혜서(전 소노마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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