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중 무역전쟁 이후 한중 관계

2018-10-20 (토) 유흥주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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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덩샤오핑은 당 태종의 외교전략을 본받아 ‘도광양회’(韜光養晦·실력을 드러내지 않고 칼날의 빛을 감추며 적당한 때를 기다린다)는 외교전략을 취했다. 경제에 전력을 쏟기 위해 미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는 실리주의 전략이었다. 중국은 덩샤오핑 이전 20년 이상 때를 기다렸다.

2013년 중국 국가주석에 오른 지금의 시진핑은 ‘강한 중국’을 내세운 ‘중국몽’(中國夢) 외교 전략을 견지하고 있다. 올해 개혁 개방 40주년을 맞은 중국은 외교는 물론 내수시장 육성,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국제화, 산업혁신을 통한 경제체질 전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 같은 시진핑의 외교전략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슬로건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 외교와 충돌하고 있다.
전환기의 중국이 미국의 봉쇄전략으로 대표되는 대외환경 변화를 맞아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트럼프의 의심은 합리적인 것이다.

정말 중국이 그렇게나 대단한 나라일까. 냉전 이후 오랫동안 미국의 맞상대는 구소련이었다. 지금은 형식적이나마 세계 2위였던 일본을 앞질러 G2라 해서 중국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경제력, 군사력은 일취월장이다. 외교 무대에서의 공세나 영향력도 대단하다. 하지만 미국을 따라가려면 아직은 멀었다는 의견도 많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을 봐도 그렇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추가 관세 부과 조치를 취했다. 사실상 무역 선전포고였다. 시진핑 주석도 동일한 조치로 맞받았다.

미국은 한 발 더 나갔다.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 추가관세를 매겼다. 호기롭던 중국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해졌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상하이 증시는 연초 대비 25%나 급락했다. 이대로라면 중국이 조만간 백기를 들고 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무역 불균형은 미국민들이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최근에 진행 중인 북한의 핵무장 해제와 관련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압박 역시 양국의 무역전쟁과 유사한 맥락에서 풀이되고 있다. 기존에는 미국은 최대시장으로서의 지위를, 중국은 최대 공장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생산과정에서의 역할이 분담되어 상보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중국제조 2025와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국가 전략산업의 중심을 제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러한 전략산업의 전환 과정은 기존의 지위와 역할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국가 간 포지셔닝을 야기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정치적, 사회적 취약점이 너무 많다. 특유의 허세도 여전하다. 우리가 약하면 지레 그 허세에 눌린다. 국토 면적과 인구가 국력인 시대는 지났다. 5000만명 넘는 인구를 가진 나라 중에 3만 달러 이상 국민소득을 이룬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 밖에 없다. 한국이 7번째를 넘보고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 힘으로 이제 한국도 강국이 된다. 중국을 ‘대국’이라며 너무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외교든 무역이든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으면 된다. 옛 고구려는 당당했다. 수나라, 당나라 100만 대군도 물리쳤다. 실리와 자존심의 적절한 균형, 그것이 대한민국 대 중국 외교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유흥주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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