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번 선택하면 모두 같은 운명

2024-03-11 (월)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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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3일 소비에트연방의 마지막 서기장 고르바초프가 독일 통일을 지지했고, 나토(NATO)는 “동쪽으로 1인치도 확장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997년 이후 옛 소비에트 동구권 국가들 중 몰도바, 벨라루스, 조지아, 우크라이나를 빼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하였다. 2008년 4월4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나토 정상 선언문에서 조지아, 우크라이나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환영한다고 하였다.

애초 부시 대통령은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위해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로드맵을 제안하자고 고집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이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공격’한다고 반대하였다. 그러자 영국이 두 나라에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제시하지 않고 가입만 ‘약속’하자고 제안하여 절충안으로 선언문에 넣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분노한 푸틴도 있었다. 헌법상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야 할 푸틴은 심복이자 다음 대통령이 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곧 이들 국가에 대한 침공 계획을 수립하게 하였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수백 년간 한 몸이었는데, 1991년 우크라이나의 독립은 가짜라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코앞에 서구의 항공모함이 들어와 있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푸틴의 예상대로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아님에도 나토의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나토 지원군에도 병력을 파병했다. 2014년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동부의 돈바스에서는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봉기하여 우크라이나는 내전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더 강경한 반러시아 행보를 하면서 헌법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명문화하였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서구는 즉각 러시아에 대한 경제봉쇄를 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여 성공적인 반격을 가하였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벌어지면서 가장 든든한 지원국 미국은 이스라엘 지원을 우선으로 하였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분열된 미국 의회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놓고 또 대결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중동 산유국들, 중국, 인도, 아프리카, 중남미와 결속으로 전시 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우크라이나 전쟁물자 지원에 서구는 지쳤고, 우크라이나의 방어선들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이 전쟁의 결과에 따라서 두 세력의 새로운 관계가 정립될 것이다. 그것도 빨라야 미국 대선 이후가 될 것이다. 그때까지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문제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침공을 노리던 러시아와 서구 사이에서 외교력을 갖춘 지도자보다는 정치와 외교 무경험의 코미디언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난세를 극복하는 지도자를 뽑아야하는데, 국민들이 그런 지도자를 알아보지 못하면 그 나라는 난파선과 같은 운명이 된다.

2024년 미국은 이런 시대 전환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선택하는 너무도 중요한 대통령 선거의 해다. 그리고 한 번 선택하면 모두 같은 운명의 배에 타야한다. 미주한인들도 현명한 선택을 해야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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