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English for the Soul] Take it easy! / 테이킷 이~지!

2018-10-13 (토) 12:00:00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크게 작게
I am the vine, you are the branches.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동네 수영장을 나오는데, 늘 인사하는 금발 미녀 왈, "Take it easy!" 이제 집에 가는 길이니 "살살 하세요" 또는 "쉬엄쉬엄 편히 하세요" 정도의 뜻으로 알아 들을 수도 있겠으나, 사실 "Take it easy!"라는 말이 곧 "Goodbye!"라는 엄연한 인삿말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더라?

환한 미소로 전하는 상쾌한 "Take it easy!" 인사를 받으며 문을 나설 때, 불현듯 "테이킷 이~지!" 라는 표현의 다양한 변통(變通)에 감탄합니다. 말 그대로 '쉽게 취하라'는 뜻에서 시작, "진정해," "살살 해," "알아서 해" 등을 거쳐, 마침내 "잘가요," "또 만나요" 정도의 작별 인사로도 통하는 "Take it easy!"


친절한 숙녀의 인삿말에 감사하며 이제 차에 올라 시동을 켜는데, 예수님의 한 말씀이 귓가를 스칩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따로 애쓰지 않아도, 그저 나무 안에 머물면 풍성한 결과를 도모할 수 있다는 진짜 쉬운 길. "Take it easy!"
쉽게 하시라니까요!

I am the vine, you are the branches. Whoever remains in me and I in him will bear much fruit.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돌이켜보면, 꽤나 길게 돌아온 길. 일찌기 유불선(儒佛仙)을 아우르는 독서와 수양에 힘쓰다가, 심신을 두루 닦는 요가 철학의 깊은 구석까지 탐닉했던 시절들. "길은 달라도 정상(頂上)은 하나"라는 회통(會通)적 종교관에 천착했던 긴 시간들. Many paths, one summit! 그런 생각으로 나름 걸어온 긴 도정(道程).

그러다가, 수도(修道)가 아닌 그저 전도(傳道)만 하면 되는 쉽고도 쉬운 길을 깨닫게 된 건 다만 은총(恩寵)이었어라? Amazing Grace! '도'(道)란 따로 닦는 무엇이 아니라, 바로 '누구'라는 걸 감지한 것! 닦아서 될 일이 도(道)가 아니요, "I AM the Way!"라는 그분을 믿고 따르며 닮아가는 게 '도'(道)! 그렇게 짜릿한 자각에 깊게 감전된 후, "Take it easy!"의 기분으로 걷는 "The Way!"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 I am the way and the truth and the life. No one comes to the Father except through me. 이 말씀의 참뜻을 애써 외면하던 시절, "I AM the Way!"를 유불선 또는 요가철학의 '참나' 정도로 인식했던 과거. 그러다가, 어느날! "I AM the Way!"의 비의(秘意)가 머리에서 가슴까지 시원하게 관통하던 순간, 홀연! 느낀 만큼 보이기 시작하더란 것.

I am the vine, you are the branches. Whoever remains in me and I in him will bear much fruit.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잘가세요"라는 인삿말로 들은 "Take it easy!" “쉽게 하세요!” 라고도 들리는 그 말에, 진짜 쉽게 사는 법은 그저 '도'(道) 안에 머무는 길이란 걸 새삼 확인! '그분' 안에 머물기만 하면 결과는 '떼어 놓은 당상'이란 기분(氣分)! 그렇게 좋은 기분으로 돌아와, 붉은 ‘카나’ 와인 '혼술'하며 진짜 "Take it easy!" 하는 초가을 저녁. 미당 서정주 시인의 “인제는 돌아와 앞에 선” 기분 또한 스치더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과연 그랬던가.
Cheers!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