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모가 남겨야 할 유산은

2018-10-03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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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에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까. 내가 죽은 다음 자식들은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누구나 한번씩은 하게 된다. 특히 이민 1세는 어려운 미국생활을 겪으면서 자녀들을 키웠기 때문에 자녀들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간주한다.

뉴욕 시교육위원회에서 미 건국 초창기 이민 온 두 사람의 후손들이 150년 후에 어떻게 되었는가를 컴퓨터로 조사한 적이 있다. A라는 사람은 사업에 성공하여 자식들에게 큰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희망이었고 B라는 사람은 미국에서 자식들을 종교적인 차별 없이 훌륭한 신앙인으로 키우는 것이 바람이었다. A는 뉴욕에서 술집과 술 도매상을 하여 굉장한 돈을 벌었지만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등한시했고, B는 목사가 되어 자녀들도 신학교에 보내는 등 정신교육에 전력을 쏟았다.

큰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들과 아버지의 신앙을 물려받은 자식들은 그 후 어떻게 변화 했을까.


놀랄만한 결과가 150년 후 숫자로 나타났다. 술 도매상을 하여 돈을 번 A의 후손들 중에는 감옥에 간 자손이 96명, 알코올 중독자가 58명, 창녀가 65명, 극빈자가 286명이나 되었다.

반면 신앙과 교육에 열중한 B의 자손들은 목사가 116명, 교사가 84명, 군인이 76명, 관리가 80명, 사업가가 73명, 상하원의원이 2명, 부통령 1명, 예일 대학교 총장 1명이 나왔다. 무엇보다 감옥에 간 손자들이 없었다. 이 B가 바로 에드워드 조나단이며 그 자신 프린스턴 대학의 창립자가 되었다.

이 결과는 이민자들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자식들에게 재물을 많이 물려주는 것은 독약을 물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나치게 큰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자녀들에게 재물교육과 정신교육을 병행 시킨다. 자녀들에게 돈 버는 비결뿐만 아니라 유대교 신앙을 철저히 주입 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의 교육시스템이 탁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적인 비교문명학자인 프랑스의 기 소르망은 한국인은 각 분야에서 뛰어난 재질을 보이고 있으나 박애정신이 약해 인정사정없는 나라가 되었다고 방한 강연회에서 말한 적이 있다. 박애정신이 없으면 사회적 연대가 없어져 소외계층이 생겨나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대립이 심각해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자선과 박애는 다르다고 한다. 자선은 가난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지만 박애는 사회시스템을 바꿔 가난을 없애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프랑스인들은 사업으로 성공하면 ‘내가 최고라서 성공했다. 돈을 좀 내놔야 겠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은 ‘나는 운이 좋았다. 신이 나를 도왔다. 때문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미국 부자와 프랑스 부자의 차이점이라는 것이다. 이는 칼뱅주의가 지닌 박애정신을 미국인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대대로 시범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인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무엇을 시범 보이고 있는가.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이 삶의 성공인 것처럼 행동한다. 돈 버는 법만 시범 보였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삶의 의미는 시범 보이지 못했다. 오늘날 재벌 2세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는 것은 아버지인 재벌 1세들이 박애정신을 가르치지 못하고 갑질만 시범 보였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유산을 남겨주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유산을 남겨주느냐가 문제다. 부모의 존재가치는 그가 얼마나 가졌느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를 시범 보이는 것이다. 정신적인 유산이 자손을 번성케 하는 씨앗이 된다. 그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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