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코멕 매카시(Cormac McCarthy) III

2018-09-27 (목) 12:00:00 손주리(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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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포에서 50달러를 주고 산 올리베티 타자기를 40년 넘게 썼는데, 2009년 크리스티가 2만달러 정도를 예상하고 경매에 부쳤다. 25만4,500 달러에 낙찰되었고, 친구가 골동품점에서 11달러에 사서 선물한 꼭 같은 모델의 타자기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랜덤하우스에서만 출판되는데, 그가 아는 유일한 출판사였기 때문에 첫 원고를 거기로 보내서였다고 한다. 1962년 윌리엄 포크너가 죽기까지 포크너의 편집자였던 앨버트 어스킨이 그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은둔하는 예언자로 불리는 코멕 매카시의 얘기다.

신학이나 철학적 논쟁을 뒤로하고, 간단하게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거칠게 표현하면 사람은 태어나고 죽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삶이 주어진 것 자체에는 개인의 의지나 필연성이 없다.귄터 글라스의 ‘양철북’에서처럼 생명은 감자밭에 앉아있던 여인의 네 겹 치마폭 내에서도 잉태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은 쉼 없이 앞으로만 나아가고, 마지막은 내일을 모른 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왜 존재하는 것일까? 모든 인문학은 이 의문에 대한 탐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코멕 매카시에게도 문학이란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deal with issues of life and death)” 일이다. 또한 문학이란 ‘좋은 것’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선과 악이 혼재하는, 가능한 현실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한다. 선악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결정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악당 쉬거가 사람의 생명을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는 것은 세상에 던지는 가장 큰 비판이다. 인생은 운이나 우연에 맡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판단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고 책임이 동반된다. 신의 존재를 믿는다면 인간은 선한 의지를 선택해야 하며, 어떤 조건에서도 “불을 운반”해야 한다고 거듭 말하고 있다.

주로 소외계층이 등장하는 그의 소설은 다섯번째 소설 ‘All the Pretty Horses’(1992) 이전에는 하드커버로 된 책들이 오천권도 안팔릴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그의 글들은 사람들이 많이 인용하는 인기 어록 중 하나이다. 냉정하지만 그의 현실 인식이 진실이며, 공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내일을 준비하지만… 내일은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손주리(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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