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y for us sinners, now, and at the hour of our death.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듣습니다. 몇 시간이고 계속 듣습니다. 별 생각 없이 반복되는 노동 가운데, 귀와 가슴으로 연신 듣습니다. 그러다가, 따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미 잘 아는 가사, 그리고 별로 어렵지 않게 들리는 곡조. 그래서 덤볐지만, 의외로 군데군데 제법 까다로운 구부림과 오르내림을 감지합니다. 그래서, 점점 더 일심(一心)으로 노래합니다.
샤를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의 아베마리아. 아침 반나절 내내 따라 부르다 보니, 조금 감이 옵니다. 이젠, 그저 따라 부르지 않고, 나홀로 '스스로' 부르기에 들어갑니다. 나름 한 단계 진전한 거죠. 이끄는 가수가 없어도 왠만큼 분위기[간지]를 내면서, 어색한 구석 없이 '한 번 제대로' 불러 볼 수 있을까? 네댓 시간 정도 훌떡 지나니, 제법 스스로 괜찮다는 생각도 들던가?
은은한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다소 ‘까칠한’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그 둘을 다 포용하는 듯 하면서, 사실 둘을 뛰어 넘는 바흐[Bach]의 고전미를 그대로 원용(援用)한 구노의 아베마리아. 이참에, '처음부터 끝까지' 라틴어로 한 번 배워 볼까요? 굳이 그리스도교인이 아니더라도, 인문학적 차원의 성경 지식이나 그저 크리스마스 일화에 얽힌 상식 정도면 '예수/마리아' 스토리에 아주 깜깜은 아니리라. 이른바, 성령으로 잉태되어 처녀가 아이를 낳고, 그를 예수라 이름했던 “His Story.” 그리고,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아무리 깍아내려도 사실 크게 남다른 분이었다는 것.
그 정도만 인정하면서,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다 함께 소리내어 불러 보시죠. Ave Maria, gratia plena / Dominus tecum. [아베마리아 그라치아 플레나 도미누스 테쿰]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바로 성모송(聖母誦) 도입부. 하느님의 천사 가브리엘이 16세 처녀 마리아에게 '수태 고지'(受胎告知)하는 바로 그 장면. 흔히, 'the Angelic Salutation' 즉 천사의 인삿말이 곧 성모송의 시작인 셈.
Benedicta tu in mulieribus / et benedictus fructus ventris tuis / Jesus. [베네딕타 투 인 물리에리부스, 엣 베네딕투스 프룩투스 벤트리스 투이, 예수스]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도다! 어린 처녀 마리아보다 훨씬 나이 들어 또한 세례자 요한을 잉태하신 사촌 엘리사벳의 입에서 직접 나온 찬사. 모두, 성경에 기록된 내용들.
Pray for us sinners, now, and at the hour of our death.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그리고, 노래의 후반부는 성모 마리아에게 전구(轉求, 대신 빌어줌)를 간청하는 내용. Sancta Maria, Sancta Maria, Maria / Ora Pro nobis / Nobis peccatoribus.
[쌍타 마리아, 쌍타 마리아, 마리아. 오라 프로 노비스 페카토리부스] 성모 마리아여, 성모 마리아여, 마리아여,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대신 비는 중보(仲保)기도. 전구를 청하는 것. 바로 이 쯤에서 노래는 한껏 드높게 들려집니다.
마지막 부분, 절규하듯 전구의 절정을 노래합니다. Nunc et in hora, in hora mortis nostrae Amen. Amen. [늉크 엣띤 오라, 인 오라 모르티스 노스트레 아멘. 아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지금 당장도 중요하지만, 특히 죽을 때에, 바로 그 순간에, 잊지 말고 빌어 달라는 '인터세써리 프레어'가 바로 노래의 절정!
참고로, 동사 'intercede'[인터씨~드]를 어원적으로 풀면 '사이로 걷다'라는 뜻. 그래서, 알고 보니, 아침 반나절 내내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일심(一心)/무심(無心)으로 부르며 한 건, 부지불식간에 '사이 걷기'를 청함에 다름 아니더이다.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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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