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갈등이 참극 초래하지 않으려면

2018-09-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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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가정에서 또 다시 가족살해-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매릴랜드에 살던 한인 가장이 지난 17일 밤 아내와 세 자녀 그리고 자신에게 총을 쏘아 부부가 사망하고, 10살짜리 아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5월 텍사스의 한인 대학교수 부부가 총격 살해-자살로 함께 사망한지 4개월 만에 가장에 의한 가족동반 자살 참극이 한인사회에서 또 벌어졌다.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이다.

부부라는 특별한 인연이 죽고 죽이는 악연으로 바뀌는 비극의 출발점은 해결되지 못한 갈등이다. 갈등 혹은 불화는 어느 관계에서나 일상적이다. 문제는 갈등을 제때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것이다. 어떤 원인으로 인해 부부 간 다툼이 생기고 관계가 극도로 틀어지면 ‘달리 방법이 없다, 끝내자’ 싶은 절망감이 극단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이번 매릴랜드 사건은 생활고가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가장의 실직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심해지자 부부 간 갈등과 싸움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필시 사건 당일에도 부부싸움으로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폭발적으로 총격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텍사스 대학교수 부부의 경우는 정신적 갈등이 원인으로 보였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늘 분노와 적개심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케이스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사망했으니 사건의 정확한 내막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부부 간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든 살해-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갈등이 참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막을 만들어야 한다.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제3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부부문제 전문가나 정신과 상담, 교회 목회자 상담, 그도 여의치 않으면 믿을 만한 친지에게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는 것만도 ‘폭발’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는 연간 1,500건 정도의 살해-자살 사건이 발생한다. 통계에 의하면 가해자의 90%는 남성이고, 실직이나 파혼, 생활고 등이 기폭제가 되며 절망감과 우울증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절망에 빠진 가장이 자신이 없으면 배우자나 자녀들이 살아가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을 하는 것이다. 대단히 이기적이고 잔인한 결정이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끊을 권리는 없다. 부부 간 불화가 참혹한 결과를 낳지 않도록 수시로 감정의 청소를 하는 일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면 많은 갈등은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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