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편지를 읽을 때면’ (When You Read This Letter·1953) ★★★½ (5개 만점)

2018-09-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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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돈·금지된 욕망 뒤엉킨, 장-피에르 멜빌의 초기 작품

‘이 편지를 읽을 때면’ (When You Read This Letter·1953) ★★★½ (5개 만점)

테레즈(오른쪽)가 동생 드니즈를 돌보고 있다.

후에 걸작 범죄영화들인 ‘도박사 봅’과 ‘사무라이’ 및 ‘붉은 서클’ 등을 만든 프랑스 느와르 영화의 명장 장-피에르 멜빌의 초기작품(1953). 섹스와 돈과 금지된 욕망이 뒤엉킨 흑백영화로 멜빌의 이후 작품만은 못하나 보고 즐길만하다. 무엇보다 1950년대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샹송가수 쥘리엣 그레코의 모습과 가혹할 정도로 자신을 억제하는 연기 하나만으로도 찾아볼 영화로 미국 첫 상영이다. 이와 함께 유명 촬영감독 앙리 알르캉의 칸 현지 촬영과 음악도 좋다.

테레즈(그레코)는 수녀 서약을 하기 직전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칸에 사는 어린 여동생 드니즈(이렌 갈테르)를 돌보기 위해 수녀원을 나온다. 드니즈를 극진히 사랑하는 테레즈는 부모가 남겨준 작은 문구상을 경영하면서 사는데 동네 미캐닉으로 신체 건강하고 잘생긴 날건달 막스(필립 르메르)가 드니즈를 유혹하면서 강간과 털이와 자살기도와 살인이 발생한다.

테레즈는 막스에게 반한 동생을 구원하려고 애를 쓰는데 느닷없이 막스가 “내가 진짜로 사랑하는 것은 당신”이라면서 테레즈에게 고백, 도덕의 갑옷으로 영육을 감싼 테레즈를 당혹하게 만든다. 테레즈는 자기도 모르게 막스에게 마음이 이끌리면서 자신의 비도덕적인 욕망을 억누르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마추어 권투선수이기도 한 막스는 플레이보이로 칼턴호텔에 묵고 있는 부잣집 유부녀(육감적인 이본 상송이 우아하면서도 섹시하다)를 유혹해 자기 애인으로 만들고도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집적댄다. 그의 유부녀 유혹을 돕는 것이 호텔의 벨보이(다니엘 커쉬가 교활하게 잘 한다.) 그리고 막스와 벨보이는 한 탕해 아프리카로 튀기로 한다.

한편 막스는 테레즈에게 집요하게 사랑을 호소하면서 함께 칸을 떠나자고 조른다. 해변에서 막스가 쓰러진 테레즈를 붙안고 사랑을 호소하면서 함께 칸을 떠나자고 간청하는 장면이 처절하게 뜨겁다. 그러나 테레즈는 비도덕적이요 부정직한 막스가 동생을 겁탈했다는 것을 알고 복수를 계획한다. 영화 마지막 부분이 엉성하다.

선과 윤곽이 칼날처럼 뚜렷한 얼굴을 가진 그레코가 도덕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기를 차갑도록 냉정하게 잘 한다. 반면 막스 역의 르메르는 매력적인 악인의 카리스마가 부족해 마음이 안 간다. 르메르는 그레코의 실제 남편이었다. 모니카 필름센터(산타모니카와 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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