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성년 전담판사 역 엠마 톰슨, 자비롭고 엄격한 연기 돋보여

2018-09-14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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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드런 액트’(The Children Act) ★★★½ (5개 만점)

▶ 샴 쌍둥이 분리수술 등, 고민하는 일벌레 재판관, 순탄찮은 가정생활

미성년 전담판사 역 엠마 톰슨, 자비롭고 엄격한 연기 돋보여

아담은 자기를 살려준 판사 피오나(엠마 톰슨, 오른쪽)를 집요하게 쫓아 다닌다.

오스카상 수상자인 엠마 톰슨의 자비롭고도 엄격한 연기가 돋보이는 어른들을 위한 영국영화로 제목은 미성년자에 관한 법령을 말한다. 일벌레 여판사의 가정문제와 법정 결정에 따른 후유증을 다루었는데 전반부가 멜로드라마가 되어버린 후반부보다 낫다.

판사가 불치병을 앓는 미성년자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의 자신의 개인적 문제와 함께 이 결정을 둘러싼 긴장감이 막상 판결 이후에 거의 믿을 수 없는 뚱딴지같은 얘기로 비화해 어리둥절한데 이 같은 단점을 톰슨의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연기가 보상해준다.

처음에 런던의 미성년 문제 전담 판사인 피오나 메이(톰슨)가 갓난 샴 쌍둥이에 대한 분리수술 문제를 심리한다. 수술을 안 하면 둘 다 죽고 수술을 하면 하나는 사는데 부모는 수술을 반대한다. 이를 놓고 피오나는 나름대로 고민한다. 하나만 살린다 해도 다른 하나는 죽이는 것이어서 법을 따를 것이냐 도덕을 따를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오나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다.


이에 대한 판결을 내리고 집에 돌아오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남편 잭(스탠리 투치)이 자기는 피오나를 사랑하지만 바람을 피우겠다고 선언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알리고 바람을 피우겠다면서 둘이 지난 11개월 간 섹스를 하지 않았으며 애정의 표시라고 해야 고작해서 형식적인 볼 키스뿐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피오나가 일벌레라고 비판한다.

겉으로 보기엔 이상적이요 흠잡을 데 없어 보이는 피오나의 가정에 파고가 일어나는 것과 함께 피오나는 법정에서 중대한 재판을 주재하게 된다. 피오나는 개인 문제와 직무 문제 양쪽으로 시달리는데 맡은 일은 백혈병을 앓는 미성년자인 17세난 아담(피온 와이트헤드)의 수혈.

아담이 독실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여서 수혈을 거부하는데 그의 부모도 마찬 가지다. 이를 둘러싸고 고발한 측과 아담네 변호사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데 피오나는 판결을 내리기 전에 입원한 아담을 방문한다. 이 면담에서 아담은 수혈을 거부하면서도 피오나의 자비와 지혜에 깊이 감복한다.

그리고 피오나는 수혈 판결을 내린다. 수혈 후 아담은 일단 건강을 회복하는데 그가 너무 건강해보여 백혈병을 앓은 사람 같지가 않아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어 아담은 피오나를 찾아가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런데 아담의 피오나에 대한 감정이 거의 집념과도 같은 사랑으로 모양을 바꾸면서 격식 있던 얘기가 엉뚱한 곳으로 간다. 아담이 피오나에게 한다는 소리가 자기 부모는 자기가 죽기를 바랐는데 당신이 날 살려주었다는 것이다.

아담은 스토커처럼 피오나를 쫓는데 남편이 집을 나간 뒤 고독과 상심에 시달리는 피오나도 아담의 집착에 이끌린다. 이것은 완전히 신파다. 그리고 이틀 간 집을 나가 바람을 피운 잭이 귀가하면서 터무니없이 가정문제를 해결한다. 와이트헤드가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튀어나온다.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은 톰슨의 감지하기 힘들도록 섬세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다부진 연기다.

리처드 아이어 감독. 등급 R. A24배급. 일부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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