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8년의 표심

2018-08-02 (목) 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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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중간선거의 각당 후보를 뽑는 예선은 아직 진행 중이다. 3월6일 텍사스에서 시작된 금년 예선 일정은 9월11일 뉴햄프셔와 로드아일랜드를 마지막으로 189일간 계속된다. 이제 18개주만 남았으니 본선 향한 7부 능선이 눈앞인데 판세는 여전히 혼전양상이다.

민주·공화 양당 모두 11월6일의 선거가 트럼프 대통령을 심판하는 국민투표라는 ‘푸른 파도’가 될지, 경제 호황에 안심하는 유권자들이 워싱턴의 현 권력구조 변화를 주저할 것인지에 대해 다각도로 가늠하며 전략을 강화하는 중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민주당의 연방하원 주도권 탈환 여부다. 민주당은 현재 공화당 의석 중 23석 이상을 빼앗아 하원의 다수당이 될 수 있을까.


그건 2010년 공화당의 중간선거 압승 이후 주요 어젠다 실현에 사사건건 발목 잡혔던 오바마가 절감했듯이, 아니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해 흠집 많은 트럼프에겐 그보다 훨씬 더 끔찍한 악몽이 될 것이다.

한동안 정체상태이던 선거 판세가 지난주 덜커덕 요동쳤다. 공화당 정치자문 칼 로브의 표현에 의하면 “공화당에겐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충격이었다.

오래 전부터 곳곳에서 “푸른 파도가 몰려온다”고 아무리 아우성쳐도 흔들리지 않던 ‘크리스탈 볼’이 17개 하원 접전지역을 ‘민주당 우세’로 바꾸는 중간선거 예측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버지니아 대학의 래리 사바토 교수가 설립한 비당파적 정치분석 사이트 크리스탈 볼은 신중하고 정확한 선거예측으로 유명하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은 예측 못했지만 2002년 첫 예측부터 연방의회 선거에선 96% 이상의 정확성을 과시해 왔다.

지난주 크리스탈 볼은 처음으로 민주당의 하원 주도권 탈환 확률이 ‘50대50에서 약간 높아졌다’면서 “이제 민주당이 하원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보인다”고 선언했다. 또 다른 예측 사이트 쿡 폴리티칼 리포트도 크리스탈 볼과 함께 37개 선거구를 당이 바뀔 수 있는 접전지역으로 분류했다. 대부분이 공화당 의석이다. 민주당은 그중 23개 지역에서만 승리하면 된다.

샴페인을 터트릴 정도는 아니다. 민주당의 ‘약간 우세’는 공화당의 ‘약간 열세’일 뿐이다. 정신 번쩍 든 공화당의 분발로 민주당이 패하거나 승리의 폭이 너무 작아 여전히 소수당에 머물 수도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민주당이 낙관할 이유는 충분하다. 두 달 전보다 늘어났다.

무엇보다 표밭의 열기가 뜨겁다. 퓨리서치센터의 6월 조사에 의하면 민주당의 투표의지 열기가 공화당보다 5포인트 앞선다. 아직은 부족하다. 63개 의석 추가의 돌풍을 일으켰던 2010년의 공화당은 15포인트 앞섰고, 2006년 압승 당시의 민주당 열기도 32포인트나 앞섰었다.

민주당 승세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또 있다. 연방의회 선거에서 어느 당 후보를 뽑겠느냐고 묻는 ‘제너릭 밸릿’(당 선호도 전국조사)에서 민주당 지지가 껑충 뛰어 올랐다. 7월 퀴니피액 대학조사와 카이저가족재단 조사에서 공화당보다 각각 12포인트나 앞섰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장기간 여러 조사의 평균도 6월초 3.2포인트 차이에서 7.8포인트로 두 배 늘어났다. 8포인트 이상이면 25석 추가의 승리를, 3포인트 이하면 탈환 실패를 시사한다.


도전하는 민주당 후보들의 선거모금 실적도 이례적이다. 공화당 현직 의원을 압도하는 지역이 상당수다. 민주당 전국조직도 오렌지카운티를 비롯해 접전지역 민주 후보들에게 지원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돈만으로 승리를 사기는 힘들어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공화당에게도 무기는 있다. 게리맨더링에 의해 유리하게 획정된 선거구, 마이너리티의 투표참여를 힘들게 하는 투표권법 강화 등 제도적 이점을 누리면서도 ‘중간선거 패배 확률 높은 집권당’이라는 족쇄와 ‘반트럼프’ 정서로 고전하는 공화당이 가장 기대를 거는 것은 경제 호황이다. 부유층만의 잔치로 민주당이 아무리 깎아내려도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소득 증가율 등 모든 경제지표가 장밋빛이니 기댈 만 하다.

경제 호황이 선거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1966년 린든 존슨의 민주당은 호경기 속에서 하원 47석을 잃었고, 1994년 호황 중 빌 클린턴의 민주당 역시 상하원 모두를 잃었으며 트럼프가 자랑하는 금년 2분기 경제성장율 4.1%보다 높은, 5.2%를 기록했던 2014년 오바마 시절 공화당은 상원 주도권을 탈환했다.

금년 선거 결과를 좌우할 가장 핵심 요소는 ‘트럼프’ 일 것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심할 때 중간선거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난다”고 공화당 로비스트 브루스 멜먼은 말한다. 현 민주당의 ‘대통령’ 분노지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민주당의 트럼프 지지율은 9%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 엄청난 분노가 엄청난 투표율로 이어질 수 있는가이다.

그건 민주당의 투표의지 열기가 실제 투표율로 이어질 것인가와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의 열기와 분노의 에너지인 젊은 층과 소수계의 투표율이 공화당의 나이든 유권자의 투표율만큼 믿을 만 하지가 못하기 때문이다.

의회 지역구 선거에서 더 중요한 것은 무당파의 표심이다. 접전 지역에선 자당의 지지만으로 승리할 수 없다. 전체 유권자 중 25% 안팎의 공화당 표밭도 그렇지만 민주당 역시 35% 선에 머물러 있다. 계속 늘어나는 무당파는 이제 40%에 달한다.

하원 탈환 혹은 수성의 열쇠는 무당파, 다시 말해 중도 유권자 표심에 달렸다. 트럼프 반이민정책에 환호하는 공화당 극우파의 열광도, 사회주의로 치닫는 민주당 극좌파의 ‘ICE(이민세관단속국) 폐지’ 구호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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