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하는 영화 ‘카운터스’ 이일하 감독 [서울=연합뉴스]
일본 내 혐한시위에 맞서 반혐오·반차별운동을 벌인 일본 활동가들의 활약을 그린 다큐멘터리 '카운터스'가 광복절인 8월 15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카운터스는 일본 내 인종혐오 시위가 극에 달하던 2013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모인 행동주의자들의 모임이다.
'좋은 한국인도 나쁜 한국인도 모두 죽여라!'라고 쓴 팻말을 든 혐오주의자들의 시위에 대항해 카운터스는 '차별하지 말라' '함께 살아요'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맞불 시위를 벌였다.
다큐는 카운터스 가운데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는 '오토코구미'(남자조직)의 활약상을 주로 담았다. 이들은 혐한시위대를 몸으로 막거나 위협하고, 거리에 주저앉아 행진을 방해한다.
지난 18년 동안 일본에서 체류한 이일화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1일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평소 생활할 때는 일본인들이 저를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면서도 "도쿄 한인타운에서 혐한시위대와 우연히 맞닥뜨리면서 다큐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TV나인터넷에서 보던 시위와 현장에서 실제 본 시위대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고 떠올렸다.
다큐의 중심인물은 전직 야쿠자 출신 다카하시다. 그는 혐오시위에 환멸을 느껴 야쿠자 생활을 그만두고 현장 최전선에서 시위대를 제압할 오토코구미를 결성했다. 이 조직에는 거리의 사진가, 저널리스트, 소설가, 성 소수자, 변호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가입했다. 정치적 성향도 극좌부터 우익까지 아우른다.
혐오시위를 주도하는 인물은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 창설자 사쿠라이다. 그는 "혐오와 차별은 인간의 본성"이라며 끔찍한 차별과 혐오 발언으로 많은 이들을 선동한다. 다큐는 사쿠라이와 인터뷰를 중간중간 삽입해 이들의 사고가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처음에 소수였던 카운터스는 점차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어 마침내 혐한시위대 규모를 넘어선다. 특히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 문제를 공론화하고, 언론과 정치권을 움직여 아베 정부 아래에서 일본 최초로 '혐오표현금지법' 제정을 끌어내는 성과도 거뒀다. 공공장소에서 혐오 발언을 금지한 법으로, 2016년 6월 시행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카운터스 멤버 이토씨는 "법이 제정된 이후 헤이트스피치 시위에 나오는 인원수가 줄었고, 시위 자체도 줄었다"고 전했다.
이 감독 역시 "시위 규모는 줄어들었다"면서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여전히 우경화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혐한, 혐오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우리 사회도 현재 난민이나 외국인 노동자 (차별)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고, 앞으로 외국인들이 더 늘어나면 이런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개개인의 마음속에는 혐오가 있는지, 없는지 관객들에게 질문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간담회에는 카운터스 전담 사진가 로디씨도 참석했다. 그는 "처음에는 거리에서 사진을 찍는 작가였다"면서 "길거리에서 차별주의자들을 만난 뒤 그들에 대한 사진을 찍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결국 그들과 동료가 되지 않기위해서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떠올렸다. 카운터스의 최전선에 섰던 다카하시는 혐오시위에 맞서다 수감된 뒤 올해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나 영화를 끝내 보지 못했다.
일본의 인종 차별, 혐오 시위에 맞서는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카운터스의 이일하 감독(가운데)과 카운터 이토 다이스케, 시마자키 로디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영화 카운터스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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