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조스의 공포의 질주

2018-08-01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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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부자랭킹 1위에 올랐다. 그런데 부자도 보통 부자가 아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의하면 최초의 1,000억만장자라고 한다. 베조스의 개인자산은 1,421억 달러다. 원화로 142조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실감난다. 2위인 게이츠(931억 달러)와 무려 490억 달러나 차이가 난다. 그의 재산은 지난 한해 동안 390억 달러나 증가했으며 어떤 날은 매60초마다 23만 달러씩 늘어난 적도 있다.

월가에서 투자회사 직원으로 일하다 때려치우고 시애틀로 이사와 부인과 차고에서 인터넷 북 세일을 시작한 것이 1994년이다. 빈손에서 24년 만에 억만장자 정도 되었다면 이해가 되지만 1,000억을 넘는 세계제일의 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성공이다. 석유재벌도 아니고 무역업이나 생산업자도 아니고 컴퓨터 제조업자도 아니다. 남이 만든 여러가지 상품을 고객들에게 빨리 배달한 것뿐이다.

무엇이 베조스 현상을 가능하게 했을까. 인터넷과 셀폰이다. 베조스는 급팽창하는 인터넷과 셀폰 인구에 착안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 4차산업이 어떤 형태라는 것을 시범보인 21세기 실업인이다. 그가 인터넷 북 세일을 시작한 후 2년 만에 종업원이 1,000명을 넘었을 때 모두 놀랐다. 인터넷 서비스 비즈니스에서 1,000명이 넘는 종업원을 가진다는 것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지금 아마존 닷컴의 종업원이 몇 명인지 아는가. 54만2,000명으로 월마트(230만명) 다음이다.


베조스의 경영비결은 무엇인가. 지난해 워싱턴에서 열린 인터넷협회 총회에서 사회자가 베조스에게 “아마존은 도대체 무슨 기업이며 당신의 경영비결은 무엇인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베조스는 이에 대해 “여러분이 아마존을 이해하려면 좀 혼란스러울 것이다. 우리는 고객이 필요한 것이면 유형이건 무형이건 모든 것을 다루는 21세기 업종이다”라면서 경영비결은 “아마존은 이 세상에서 고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심는 것”이라고 했다. 고객중심주의가 아마존의 경영철학이라는 것이다.

모든 기업이 고객 서비스를 외치고 있지만 그것을 어떤 형식으로 실행에 옮기느냐를 연구하는 것이 아마존의 특징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끊임없이 재투자와 연구에 예산을 부어 넣는다. 2017년 연매출이 1,779억 달러나 되지만 영업이익은 41억 달러에 불과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적자나 손해를 겁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객을 붙잡아 두기만 하면 적자는 회복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무엇보다 상호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인터넷 시대라 망하는 속도도 빠르지만 손실이 회복되는 속도도 빠르다는 것이다. 경영상의 손실을 보더라도 “역시 아마존은 달라” 소리가 나오기만 한다면 재기는 문제없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엊그제 미국 최대의 완구백화점인 토이저러스가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에서 완구를 싸게 팔기 때문에 견디지 못한 것이다. 보더스 같은 대형서점들이 쓰러진지는 오래다.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도 사들였다. 그것도 2억5,000만 달러의 현찰거래다. 얼마 전에는 홀 푸즈도 사들였다.

지난주 현대자동차는 자동차업체로는 처음으로 아마존을 통해 판매하는 시스템을 시작했다. 미국 CIA는 배달관계 서비스를 아마존과 6억 달러에 계약했다. 지금 아마존에서는 의류에서부터 가구, 전자상품, 운동기구에 이르기까지 유형무형 모든 것을 판매배달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코스코나 월마트도 아마존이 인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마존 닷컴의 급성장에 미국의 대형 서비스업체들이 모두 떨고 있다. 제프 베조스는 젊다. 54세다. 앞으로 그가 어떤 형태의 4차 산업 혁명을 일으킬지 세계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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