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언론의 사명

2018-06-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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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49주년 사설

미주한국일보가 창간 49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내년이면 5번 지난다. 본보가 창간된 1969년의 한인사회로부터 21세기 지금의 한인사회는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바뀌었다. 내적 외적으로 폭발적 성장을 했고, 세대가 교체되었으며, 미 주류사회에서 코리안 아메리칸의 위상이 달라졌다. 한민족 특유의 근면과 성실, 끈질김으로 도전하고 개척함으로써 얻어낸 값진 결실이다. 미주한국일보의 49년은 커뮤니티의 태동에서부터 역경과 고난의 과정을 거쳐 오늘의 성장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한인사회와 함께 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소셜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언론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정보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정통 언론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라는 언론의 기본적 사명은 이제 절반만 유효하다. 손 안의 셀폰에서부터 페이스북, 트윗, 카카오톡 등 SNS가 저마다 미디어를 자처하는 시대에 신문은 ‘신속’의 주자로서 경쟁할 수 없다. 반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은 ‘정확’의 사명이다.

정보혁명은 정보의 홍수시대를 몰고 왔다. 한인사회 초창기에는 미국 생활정보 하나하나가 생명수 같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사회 시스템도 생소한 미국에서 한인사회는 정보에 목말랐다. 이민초기 1세들은 본보에 실린 기사를 오려놓고 들여다보며 자녀를 교육하고, 주거지역을 결정했으며, 투자를 하고 창업을 했다. 클릭 한번으로 온갖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금 환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정보의 구석기 시대였다.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열린 정보의 시대는 기본적으로 정보의 민주화라는 과실을 인류에게 선사했지만, 대가가 없지 않다. 대중매체 전성시대가 되면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정보들이 구정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왜곡, 저질, 허위 정보들이 SNS를 통해 마구 확산되면서 세상이 어지럽다.

지난해 연초 미국은 트럼프 시대를 맞고,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구속 사태를 맞은 즈음부터 특히 극성을 부리는 것이 ‘가짜 뉴스’이다. 트럼프 통치방식을 둘러싼 찬반, 한국의 진보와 보수의 대립 등 그러잖아도 양극화한 사회는 가짜 뉴스로 인해 더욱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자신의 평소 생각과 맞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외면하는 우리의 선택적 인지 성향 그리고 확증편향이 작동하는 결과이다.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사건 앞에서 나타나는 양극의 반응 역시 걸러지지 않고 퍼지는 불량정보의 해악과 무관하지 않다.

창간 49주년을 맞으며 미주한국일보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언론의 사명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혼탁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올곧게 진실을 보도하는 자세이다. 공정한 시각으로 확인된 사실만을 정확하게 보도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불편부당(不偏不黨) 정론직필(正論直筆)’이라는 언론의 사명을 깊이 가슴에 새긴다.

아울러 점점 중요해지는 것은 커뮤니티 언론으로서 미국사회 내 코리안 아메리칸의 권익과 위상을 지키는 역할이다. 2018 중간선거의 해를 맞아서 한인사회는 정치력 신장에 대한 기대로 들떠있다. 지난 5일 예선에서 고무적인 성과들이 나왔다. 남가주에서는 1992년 당선된 김창준 전 의원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연방하원 입성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영 김 후보(연방하원 39지구)가 1위로 결선에 진출해 잘만 대비하면 11월 본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리라는 기대가 높다. 동부 뉴저지에서는 최대 한인밀집 지역인 팰리세이즈팍 시장 선거에서 크리스 정 후보가 결선에 진출, 한인시장 탄생의 청신호가 켜졌다. 그런가 하면 미셸 박 스틸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의 재선이 확정되었고, 가주 상하원에 도전한 3명의 한인후보들이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들 한인후보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것이 한인사회이고, 한인사회의 결집을 이뤄낸 구심점이 바로 언론, 미주한국일보이다.

남가주 한인사회는 또한 두가지 중요한 현안을 앞에 놓고 있다. 코리아타운을 둘로 가르려는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신설안 그리고 타운 한가운데 들어서려는 노숙자 임시셸터 설치안이다. 다민족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한인들이 무시당하지 않고 마땅한 권리를 누리려면 힘을 가져야한다. 커뮤니티 언론으로서 본보는 한인사회의 권익신장에 앞장 서는 것이야말로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인사회의 힘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 한인사회의 의견을 주류사회에 알리는 소통의 창구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미 전국 한인사회에 버팀목이 되고 한인사회의 신뢰를 받는 신문, 명실상부한 한인사회의, 한인사회를 위한 신문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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