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수시대의 새로운 현상

2018-06-06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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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가 넘은 노인들의 고민은 현재의 집에서 계속 살아야하나 아니면 시니어타운의 아파트로 옮겨야 하나의 문제다. 미주한인사회에서도 노인들이 모이면 어느 지역의 시니어타운이 좋으냐가 화제다. 한국에서는 시니어타운 건설 붐이 일어나 수원과 청평, 고창 시니어타운으로 노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시니어타운에는 골프장, 테니스장, 수영장, 산책로 등이 있고 취미클럽 활동이 많아 노인들은 이곳을 100세 시대의 낙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몇 십년 후 시니어타운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것은 진리다. 시니어타운도 변한다. 어떻게 변할까. 지난해 11월30일 자 뉴욕타임스는 100세 시대의 노인촌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에 대해 특집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다. 이 기사는 시니어빌리지가 영원한 파라다이스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부부가 같은 날 죽을 수는 없는 문제다. 시니어타운에도 이같은 현상이 심해져 홀몸노인 즉 싱글노인 인구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싱글노인이란 사람들이 우리가 말하는 돌싱(돌아온 싱글)이 아니라 85세 이상 된 힘없고 노쇠한 독거노인이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의 시니어타운에서 35년을 살아온 ‘이또 할머니’의 일기를 입수해 보도했는데 그 내용이 대단히 흥미롭다. 그 화려하던 시니어타운이 35년 후에는 독거 노인촌처럼 변해간다는 사실이다. 특히 부인을 잃은 남자노인들은 집을 자주 청소하지 않아 쓰레기가 쌓이고 타운 전체가 지저분해져 젊은 노인들이 입주를 꺼리기 때문에 아파트 값도 떨어지고 타운이 점점 시들해져 간다는 것이다.

치매노인이 많아 동네에서 가출신고가 빈번한가 하면 사망한지 며칠이 되었는데도 옆집에서조차 몰라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85-90세가 되면 운전도 못하게 되고 댄스파티에도 나갈 수 없거니와 수영장에도 가기가 힘들어 시니어타운의 좋은 시설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럼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고독을 해결하는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은 자식들이 아니라 시니어타운에서 사귄 친구들이라는 것이다. 자식들은 멀리 떨어져있어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 오직 이웃에 사는 친구들만이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들을 만나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친구들을 70대에서부터 미리미리 사귀어야지 85세가 넘으면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다고 이또 할머니는 말하고 있다.

외로움은 노인들이 겪어야하는 최고의 벌이다. 나는 한국과 일본에 들러 노인문제를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다. 일본에는 놀라운 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여성노인 범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여성노인들이 수퍼마켓에서 생선이나 고기를 버젓이 훔친다(평균 1년5개월 형을 받는다). 일부러 훔치는 것이다. 왜? 감옥에 가기 위해서다.

감옥에 가면 사람들이 북적거려 외롭지 않고 자신의 건강까지 교도소에서 다 살펴주고 운동까지 시켜준다. 교도소가 노인들의 피신처로 바뀌고 있어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유는 없지만 걱정꺼리도 없다는 것이 감옥을 찾는 노인들의 생각이다. 캐나다에서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루드비히’라는 말하는 로봇인형을 독거노인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혼자 사는 ‘홀몸 노인’ ’독거노인‘ 시대가 열리고 있다. 부부 두 사람 중 누군가 먼저 세상을 떠나기 마련이다. 노인들은 혼자 사는 연습을 해야 하고 특히 남자노인들은 요리강습에 참여하는 등 부인을 잃을 경우 자립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남자들이 겪어야하는 서바이벌 훈련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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