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미 정상회담 열려도 비핵화 길은 멀다

2018-06-06 (수) 신원식 전 한국 합참 작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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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뜨거운 뉴스는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연속된 반전이었을 것이다. 북한의 전매특허인 줄 알았던 벼랑 끝 전술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란 듯이 구사했고 북한이 고개를 숙였다. 판문점·뉴욕·싱가포르에서 미북 접촉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과연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날까. 회담이 성공한다고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까.

정상회담은 늘 성공한다. 실패할 것 같으면 아예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성공했는지는 회담 결과가 나중에 현장에서 나타나야 알 수 있다. 앞으로 미북 협상에서 계속 다뤄질 핵심의제는 세 가지로 예상된다.

첫째, 비핵화 범위다. 미국은 완전·검증가능·불가역적 비핵화를 요구하나 북한은 내심 ‘핵 동결 + 비확산’ 정도로 마무리하고자 할 것이다. 현재 미국 입장에서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미사일은 시험 중지로 해소할 수 있지만 비확산은 북한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완전한 핵 폐기만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 요구대로 핵탄두를 해외로 반출하고 기존 핵보유국처럼 ‘절대 핵 확산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면 미국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김정은은 연출된 통 큰 양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훈장을 주고 비핵화를 적당히 끝내려는 술책을 부릴 것이다.


둘째, 비핵화 로드맵이다. 미국은 처음에는 선 핵 폐기, 후 보상을 주장했지만 현재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의 단계적 방안을 일부 수용할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고 ‘비핵화 단계를 잘게 쪼개어 단계마다 보상’을 하는 6자회담 식 실패한 모델을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북한도 이 방식에 집착하면 정상회담이 무산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이 원하는 보상 범위이고 두고두고 첨예한 갈등이 있을 것이다. 먼저 경제적 보상 면에서 구체적인 액수는 정하기 어려워도 ‘최대한 경제지원’을 한다는 원칙은 쉽게 합의될 것이다. 미북 불가침협정과 수교, 평화협정 체결 등 외교적 보상도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북한이 적대시 정책 철회와 평화협정을 명분으로 연합훈련 취소와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요구를 해올 경우,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한이 체제보장을 빌미로 인권문제를 제기하거나 체제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도록 요구하면 갈등은 극에 달할 수 있다. 국제사회로 나올수록 북한정권의 불합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높아질 것이고 미 국민 역시 인권을 짓밟는 독재정권을 용납한 적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렵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적 번영보다는 체제 안전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경제 문제는 국제제재만 풀리면 과거처럼 중국 위주로 통상을 하고 개성공단 같은 격리된 경제특구만 여러 개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외한 모든 독재정권은 내부 모순으로 붕괴했다. 북한 역시 체제 위협은 외부보다 내부로부터 올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북한이 개방에 나설수록 대북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걱정할 것이다. 두 번에 걸친 북중 정상회담에서 이를 공감하고 미국에 요구할 보상 내용에 대해 합의했을 것이다.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성과를, 김정은은 실리를 얻을 수 있으므로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행사 뒤에 숨은 디테일의 악마를 잘 관리해야 비핵화와 진짜 평화를 이룰 수 있다. 합의가 우리에게 불리한 것은 없는지, 제대로 실천되는지를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하는 이유다

<신원식 전 한국 합참 작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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