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 한 마디
2018-06-01 (금) 07:58:59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지난주에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오는 7월부터 새로 부임할 교장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 방문은 몇 주 전 신임 교장 선정을 발표하는 날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내 스케쥴에 적혀져 있지 않아 계획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지난 주 결국 뒤늦게 축하와 사과를 겸해 방문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전체에 약 200개의 학교들이 있다. 그 가운데 매 년 수십 개 학교의 교장들이 바뀐다. 내가 모든 신임 교장 선정 발표에 참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소에 내가 아시안계 출신 교장 발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기억하는 지역 담당 교육감보 (Regional Assistant Superintendent) 들은 아시안계 교장이 선정 될 때 나에게 발표 행사일정을 알려 온다. 가능하면 내가 참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주 방문했던 학교의 새 교장도 아시안 계였다. 그래서 교육감보가 선정 발표 행사를 알려왔고 나는 참석 약속을 했다. 그런데 약속을 못지키게 되어 신임 교장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꼭 그 학교에 가 보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 교장은 한인이었기에 나에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지금까지 페어팩스 카운티의 초등학교 교장 가운데 한인계로서는 한인 어머니를 둔 교장 한 명 만이 전부였다. 중학교 교장 가운데 한인으로는 과거에 한 명이 있었다. 그는 현재 교육청 본청에서 근무한다. 그리고 한인 어머니를 둔 교장이 또 한 명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는 아직 한인계 교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새로 부임할 이 한인계 교장은 나이가 제법 젊다. 아직 마흔이 안 되었다. 물론 그보다 더 일찍 교장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과 비교할 때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젊은 나이에 교장이 된 것이다. 그 만큼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란 뜻이기도 하다. 그 교장을 만나 축하 인사도 전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가족 얘기에 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그 교장의 부모님들이 나를 잘 안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교사로 가르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내가 한 번 아침을 사 주기도 했다고 했다. 궁금해서 아버지의 이름을 물어 보았고 이름을 듣는 순간 모든 게 생각났다. 오래 전 그 아버지가 나에게 자신의 딸이 교사로 있는데 한 번 만나 격려라도 해 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그래서 아침 식사를 같이 했었던 것이다.
그 때 아침을 같이 하며 내가 무슨 얘기를 해 주었는지는 사실 전혀 기억이 나진 않았다. 그런데 그 교장에 의하면 내가 자기에게 교장이 되는 것을 고려해 보라고 했었단다. 교사직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자신에게 그 당시 교장직 고려 권유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본인은 그걸 기억하고 있었고, 이제 교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참 기뻤다. 사실 내가 그 때 그 나이 어린 교사가 과연 교장이 될 자질을 갖추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냥 해 본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교사에게는 그게 가슴에 담아 두게 된 격려의 말이 되었던 것이다. 말 한 마디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했던 경험이었다. 좋은 얘기든 싫은 얘기든 말 한 마디가 누군가에겐 오래 동안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교육위원으로 있는 나로서는 항상 깊히 생각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그 교장에게 한 마디 물었다. “박사학위 공부는 하고 있겠죠?” 그리고 교장 이상의 일을 해 보고 싶다면 미리 공부해 두는게 좋을 거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그 교장은 교장 자리에 만족한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에 나는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건데, 5년, 10년 여유 있게 시간을 잡고 계획해 보라고 했다. 물론 어린 아이를 키우는 만큼 가족들과 상의해 보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이 다음에 내가 해 준 또 한 마디의 이 조언이 그 교장에게 오래동안 기억되며 좋은 일이 생기는 씨앗이 되기를 기원해 보았다. 그리고 이제 그 교장도 젊은 교사들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는 역할도 꾸준히 해주기를 곁들여 부탁했다. 그는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젊은 교사들이 본 받을 수 있는 롤모델 자리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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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