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맙다는 말 한마디

2018-05-24 (목) 12:14:11 박혜자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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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내린 비로 촉촉히 젖은 앞마당을 나가보니, 한 달 남짓 웅크렸던 모란꽃봉우리가 활짝 펴지며 노래하는 듯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겪으면서 자연은 그토록 춥던 겨울이 지나고 때가 되면 이렇듯 따뜻한 봄이 오고 여름이 다시 오는데 인간세계는 한번가면 다시 젊음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어쩐 일인가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며칠 전, 아침 일찍 마켓에 들려 몇 가지 물건을 사가지고 나섰을 때 어떤 젊은 임산부가 카트 한대는 밀고, 다른 카트 한 대는 잡아당기며 애쓰는 것을 보았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카트 한 대를 비스듬히 차도 있는 쪽으로 돌렸을 때 그냥 미끄러져 내려가려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도와주려고 그 카트를 잡으려 했는데 갑자기 일어난 일이어서 나의 손가락이 손잡이 사이로 끼어 내려갔다. 나는 너무나도 당황해서 손가락을 뺐다. 그 순간에 내가 느낀 것은 남을 도와주려고 한 것은 좋은 일이나, 내 자신이 누구를 도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란 것을 새삼 느꼈다. 만일 내 손가락을 빼지 않았더라면 그 무게로 인하여 크게 다쳤을 것을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음은 아직도 젊어 무엇이든 다 가능할 줄 알았는데 젊을 때와는 달리 힘이 없어 내가 오히려 끌려내려갈 상황이니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해짐을 느꼈다. 손가락을 다쳐 내 손을 움켜잡는 것을 보고도 본체만체하는 그 젊은 여자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카트를 끌며 가는 것을 보고 고맙다는 말을 듣기위해서 한 일은 아니지만 그 여자의 태도가 몹시도 불쾌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남의 수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고마울 때는 꼭 입을 열어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의 상대, 아내나 남편, 부모 자식간에, 친구사이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다. 서로 이해하면서 고마울 때는 꼭 표현을 하면 좋은 관계가 이어질 수있다고 본다. 누가 행복을 갖다 주는 것이 아니고 내 자신이 행복해지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요즈음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행동은 느려지는 것을 느낄 때 아무래도 마지막 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 가서 누가 먼저 떠나고 누가 남을지는 모르지만 후회 없는 삶이 되도록 서로가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만도 감사한 일인데 살아가는 동안 서로 최선을 다 하면서 서로 양보하고 고마운 마음을 나타내면서 아름답게 자기의 삶을 꾸려간다면 얼마나 우리의 인생이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이 될런지 생각만 해도 흐믓해진다.

<박혜자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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