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몸살 난 봄

2018-05-24 (목) 12:13:19 이봉호 게이더스버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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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들어설 자리
살짝 비워주고 사라진
머리 벗겨진 봄날 심술로
추적추적 비를 뿌린다
다홍색 꽃들이 떨어지는
산머리마다 할딱거리는 숨소리
계절 바퀴서 벗어난 강물이
내 안에 소리 없이 흐르면
편찮은 계절의 느슨한 갈림에서
붙잡을 수 없는 시간들을
차곡차곡 접어 쌓으며
한 뼘 씩 늘어나는 햇살 두께

꽃가루 향기에 취한 나는
끌어안을 계절을 까맣게 잊은 채
작은 개울건너 낡은 예배당에
내 가난한 예배드리러 간다.

<이봉호 게이더스버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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