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당연한 일이란 없다
2018-05-15 (화)
김진식 엘리콧시티, MD
당연하다. 이 말은 마땅(當)히 그러(然)하다란 말이다. 이치로 보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거나 그렇게 해야만 하는 상태에 있다는 의미이다. 아침에 눈이 떠지며 하루가 시작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는 아무리 겨울 바람이 사나워도 어느덧 봄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요즈음 무척 그렇게나 당연시 여겼던 일들이 새삼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우리는 결혼해서 두 아이를 적시에 낳아 버려서 결혼후 아이를 갖겠다 하면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우리 딸아이가 결혼한지 벌써 4년이 되었다. 딸아이가 아기를 가지려 애를 쓰다가 일 년이 넘도록 소식이 없어서 얼마 전까지 한국에 계신 어른들까지도 조바심을 갖게 했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아기가 생겼다고 써프라이징 소식을 전하더니 벌써 만삭이 되었다. 주변에서 애기 보행기들을 물려 주시고 우리는 위생용품이며 필요한 것들을 사다 날랐더니 애기용품이 집안 여기저기 쌓여있다.
5월 중순이면 외손자가 태어난다. 출산일이 다가오면 엄마 뱃속에서 아기의 머리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하며 꺼꾸로 서야 한단다. 머리의 무게 때문에 그럴텐데 이 녀석이 천연덕스럽게 아직까지 그냥 누워있다는 것이 아닌가. 아, 이런 경우도 있구나. 사실 나는 아기가 꺼꾸로 세워진다는 것도, 그리고 세워지지 않으면 자연 분만이 안되고 수술을 해야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1970년 제왕절개 수술은 5퍼센트 수준이 최근 20년간 급격하게 올라 1996년 20퍼센트까지 증가했고 2013년에는 32.7퍼센트였다고 한다. 영국은 미국보다 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WHO에서는 10~15퍼센트가 적정 수준이라 하는데 대체적으로 올라가는 추세이다. 미국에서 3명중 1명의 임산부가 수술로 낳는 상황이고 보면 걱정 할 일은 아니다. 다만 당연히 여겼던 일이 그렇게 되지 않으니 잠깐 당황스럽다.
그 녀석이 빨리 돌아 서서 수술받지 않고 태어나기를 기도드린다. 자연분만으로 낳을 때는 힘들어도 낳고 나서 엄마의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올해의 겨울 끝자락은 유난히 길었던 것 같다. 어느새 앞마당의 장미들이 무성한 잎으로 덮여있다. 곧 빨간 장미꽃을 품어낼 것이다. 매서운 바람은 온데간데 없고 어제 오늘 한여름 태양빛에 여름 옷 챙기기에 바쁘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오늘 아침도 찬란한 햇빛을 보게 되는 것이 감사하다. 오늘도 나의 사랑하는 아내를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조만간에 태어날 새생명이 감사하다. 딸과 사위 그리고 나의 아들, 그리고 나와 인생의 동반자로 지내는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하루 하루 살아가며 또 하루가 무사히 끝나는 과정이 감사하다. 세상에 당연한 일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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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식 엘리콧시티,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