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 이리 야단들인가

2018-05-09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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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맥주에 들쭉술로 폭탄주 마시자” - 요즘 어디를 가나 김정은 이야기고 남북화해에 따라 급변하는 새로운 세상과 이에 관한 갖가지 상상으로 화제가 만발이다.

북미회담이 성공하면 한반도에 영원한 평화가 올까. 월남이 남북평화선언후 어떻게 되었는가. 2년 만에 월맹에 침공 당했다. 미국의 키신저와 월맹의 레둑토가 악수하던 극적인 사진이 눈에 선하다. 키신저는 당시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월남과 월맹이 평화선언을 했기 때문에 적어도 10년간은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월맹군과 베트콩이 물밀 듯이 내려올 때 미국은 뭐했나.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쫓겨나 부통령인 제럴드 포드가 막 대통령직을 맡았기 때문에 국내가 불안해 다시 월남전에 발을 들여 놓을 수가 없었다. 반전무드가 사회적으로 피크를 이루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온다던 미군은 의회에 반대에 부딪쳐 꼼짝을 못했다.


주한미군의 철수문제가 북미회담에서 논의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이 오늘의 경제발전을 이룬 것은 한미방위조약 덕분이다 한미방위조약의 핵은 미군의 한국주둔이다. 미군을 인질로 잡고 있는 셈이다.

한미방위조약에는 한국이 외침을 받으면 미군이 즉시 파견되도록 내용이 되어있으나 ‘의회의 동의를 얻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미국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의견에 가장 민감한 정치인들이다. 미국 내에 반전무드가 일어나면 한국이 아무리 위기에 놓이더라도 미군이 즉각 달려올수 없는 것이 정치현실이다. 월남이 미월동맹조약만 믿다가 망한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항상 ‘민족자주’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마련이고 외세의 간섭 없이 우리문제는 우리끼리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다. 남북 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 미군철수데모가 일어나면 어쩔 것인가. 미군은 억지로 한국에 주둔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라는 M교수의 주한미군철수 발언이 가슴 철렁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판문점선언으로 한반도에 영원한 평화가 올까. 북한에 가보라. 북한인들의 입에 붙어있는 인사가 ‘통일’이다. 한반도의 공산화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꿈이기도 하다. 심지어 김일성은 통일에 관한 서류를 결재하다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고 북한당국이 공식적으로 설명할 정도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지 모르지만 남한해방의 꿈은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훈이기도 하다.

통일이란 남북한 둘 중에 하나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평화협상은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영원히 없앤다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평화안은 한반도에 2개의 국가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문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고 독재자인 김정은의 집권은 무한하다. 게다가 김정은은 젊다. 앞으로 10년이나 20년후를 내다보고 적화통일 계획을 설계하고 있을지 모른다.

남북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나 야단들이다. 김정은에 대한 과대포장이 심하고 김정은에 끌려가고 있는 인상이다. 더구나 판문점선언에 감격하여 서훈국정원장이 눈물을 닦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대북전략 총책임자가 김정은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평화를 순식간에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상대방에게 항복하는 것”이라는 레이건대통령의 말이 새삼스레 의미가 있어 보인다. 김정은에게 굴욕적으로 평화를 구걸하는 인상은 또다른 후유증을 낳게 될 것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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