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한여름 밤의 꿈> 서곡과 <마장조 바이올린 협주곡>을 남긴 것으로 유명한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1809~1847). 그는 12세 때 괴테로부터 ‘모차르트보다 뛰어난 천재’라는 극찬을 받았을 정도로 재능 있는 작곡가였다. 멘델스존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학교인 라이프치히 콘서바토리를 설립하였고, 당시 최고의 오케스트라였던 게반트 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멘델스존은 바흐가 죽은 뒤 처음으로 그의 〈마태 수난곡〉을 초연 지휘하는 등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의 음악을 찾아내 세상에 알려 음악사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멘델스존은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평생을 가난과 고독, 우울 속에 살았던 다른 작곡가들과 달리 멘델스존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으며 걱정과 부족함 없이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은 품위가 있고 순수, 행복, 아름다움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선율들로 가득하다. 그의 수많은 작품들 중 최고의 작품은 단연 <무언가(無言歌, Songs without words, Lieder ohne Worte)>이다. <무언가>는 말 그대로 가사 없이 어떤 사물이나 기분을 ‘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웬만한 상상력과 감수성이 없이는 힘든 작업이지만 멘델스존은 17년(1829~1845)동안 총 49곡을 남겼다. <무언가>집 작품의 선율은 매우 서정적이어서 영화 <타이타닉>이나 <원스>의 OST로 사용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무언가> 49곡은 각각의 제목이 있지만 그 중 멘델스존이 직접 제목을 붙인 것은 다섯 곡뿐 이라는 것이다. 나머지 곡들은 악보 출판 등의 과정에서 별도로 제목이 붙여졌다. 제목이 음악을 감상할 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사가 없는 노래 <무언가>에 오히려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면 듣는 이가 더욱 자유롭게 해석하고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멘델스존이 남긴 곡들은 비교적 예쁜 선율과 밝은 분위기를 띄고 있어 계절로 따지면 봄에 잘 어울린다. 꽃이 만발하고 태양빛이 밝은 요즘처럼 말이다. <무언가>는 6곡씩 수록되어 총 8집으로 나눠져 있으며 이 48곡은 피아노곡으로 작곡되었다. 나머지 한 곡은 작품번호 109로 피아노와 첼로를 위해 쓰여졌다. 각 곡들은 길이가 짧은 소품들로 비슷한 멜로디에 단순한 반주가 나오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봄의 노래’는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섬세한 피아노의 장식음 효과와 멘델스존 특유의 품위 있고 밝은 주제 선율을 가진 소품곡인데, 결혼식에서도 자주 연주되고 각종 CF에서도 배경음으로 사용되어 친숙하다. `봄의 노래’는 작품 62의 여섯 번째 곡으로 가장조로 쓰여졌다. 원래 피아노곡으로 작곡되었지만 바이올린, 플룻 등 다양한 악기로도 편곡되어 연주되고 있다. ‘봄의 노래’라는 제목은 멘델스존이 아닌 후대 사람들에 의해 붙여진 것으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소리가 전해지는 느낌을 매우 잘 표현한 제목이다.
대부분 제목이 붙여진 작품들은 순간적으로 어느 특별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새로우면서도 전형적인 낭만적 아이디어의 반영이다. ‘봄의 노래’ 외에 <무언가>집에서 오늘날 자주 연주되는 곡들로 ‘사냥의 노래’, ‘베네치아의 뱃노래 등이 있다. ‘사냥의 노래’는 활기 넘치는 리듬으로 위풍당당한 느낌을 자아낸다. ‘베네치아의 뱃노래‘라는 제목을 가진 것은 세 곡이 있는데, 모두 멘델스존이 제목을 지었다. ’베네치아의 뱃노래‘는 멘델스존이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베네치아에서 떠다니는 곤돌라를 보고 작곡한 것이다. 곤돌라를 젓는 리듬을 암시하는 반주가 인상적이며 그림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고 선명하게 그 고장의 정경을 노래하는 듯한 선율이 신기할 따름이다.
멘델스존이 그의 음악 인생 거의 전부를 바쳐 작곡한 <무언가>는 혼자 있는 시간에 듣기에 참 어울리는 음악이다. 이 봄이 가기 전에 멘델스존이 가사 없이 오로지 음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지 예측하며 <무언가>를 감상해 보면 어떨까? 그가 음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독일의 낭만주의가 더욱 궁금해 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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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