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블라디보스토크에는 3∼4만명 북한 노동자 거주

2018-04-27 (금) 권태진/변호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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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베리아 횡단열차 기행②

블라디보스토크에는 3∼4만명 북한 노동자 거주

북한 여객선 만경봉호

루스키 섬 잇는 아름다운 다리 러스키 브릿지 세계 최대
러시아 극동함대 기지답게 10개 이상의 박물관 있어
모스크바까지 연결된 시베리아 횡단열차 유럽과 아시아 연결

8월 3일
북한 여객선 만경봉호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도착한 후 역 주위를 보기로 했다. 역은 항만에 접해 있어 역 앞에 선박들이 정박하고 있다. 군함을 비롯한 각종의 선박들이 정박하고 있는 아름다운 만이다. 역 바로 뒤에 북한여객선 만경봉호가 정박하고 있었다. “영광스러운 나의 조국 조선인민공화국 만세!” 라고 붉은 글씨로 배 길이 전체에 걸쳐 적혀져 있다. 그러나 영광스럽기 보다는 낡고 초라한 선박이다. 집을 떠나기 며칠 전 뉴욕타임스에서 북한선박이 최근에 주 몇 회 블라디보스토크로 운행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금년 4월 함경북도 나진항과 블라디보스토크간의 첫 취항을 했다. 러시아 전역에 3-4만 명의 북한노동자들이 있으며 그중 가장 많은 곳이 블라디보스토크라고 한다.

호텔을 다시 체크인하고 점심 후 시내관광을 하기 위해 영어를 하는 택시를 호텔 데스크에 주문했다.


중심가를 벗어나 시 외각 지역인 러스키 섬(Russky Island)을 가보기로 했다. 주위에 여러 섬이 있으나 이 섬이 블라디보스토크의 대표적인 섬이기 때문이다. 시내 중심지를 벗어나 약 40분정도 가니 아름다운 다리가 나왔다. 블라디보스토크 본토와 루스키 섬을 잇는 아름다운 다리 러스키 브릿지 (Russky Bridge)다. 총 길이 1,104 미터로 케이불로 유지하고 있는 다리로는 세계에서 최대의 다리다. 2012년 아시아 퍼시픽 경제 정상회담이 이 섬에서 개최되었으며 이를 위해 건립했다. 1860년 이전까지는 중국의 영토였던 이 섬은 다른 여러 섬과 연결되는 군도에 속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약 40개의 정교회가 있다. 운전기사가 첫 번째로 안내한 곳은 러시아정교회 마리아교회(Church of the Intercession of the Mother of God)였다. 정확히 번역하면 ‘하나님 어머니 중재교회’로 하나님과 죽은 자의 사이에 마리아가 중제역할을 하는 묘지 교회다. 소비엣 붕괴 후 1991년에 교회복구를 위한 모금이 시작되었으며 2004년 공사가 시작되어 2007년에 완공되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박물관이다. 어느 지역에 가든 박물관은 중요한 관광지의 하나다. 운전기사가 안내한 곳은 잠수함 S-56 기념박물관이다. 이 도시에 10개 이상의 박물관이 있으며 이 박물관은 관광객의 필수 방문지의 하나다. 그러나 배 내부 입장 시간이 지나 잠수함 외부만 보았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극동함대의 기지였다. 이곳에 기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잠수함은 2차 대전당시 대서양에 출동하여 10척의 독일함대를 파괴한 혁혁한 공을 세운 잠수함이다.

저녁 6시에 현대기업이 운영하는 현대호텔 식당에서 송상천 선교사를 만나도록 예정이 되어 있었다.

현대호텔은 5성급 호텔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고급호텔의 하나다. 1997년에 문을 연 현대는 현대식 고층 대형 호텔로 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롯데기업도 러시아에 호텔을 갖고 있으며 모스크바 롯데호텔도 고급호텔이다.

송선교사에 의하면 러시아에는 연해주에 한국선교사들이 가장 많으며 연해주에 선교사 가정이 100가정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중에 50가정 이상이 북한선교에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에서 북한 선교를 어떻게 하는지 물었더니 러시아에 있는 탈출한 북한 노동자들을 돕기도 하고 또 북한에서 대거 탈출할 경우를 대비하여 준비하는 선교사들도 많이 있다고 전했다.

8월 4일 블라디보스토크 출발 하바로브스크로
시베리아횡단열차 (Trans-Siberian Railway)
시베리아횡단열차는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총 9,289km (5,772마일)로 세계에서 제일 긴 선로로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수백 개의 크고 작은 마을과 도시를 횡단한다. 이 노선의 주행 시간은 약 150시간이다. 이 구간에는 특별열차와 일반기차 두 종류의 열차가 운행되며 특별열차 Rossiya는 일반열차보다 시설이 우수하여 요금이 비싸다. 이 두 열차는 중요한 역에만 정차한다. 시베리아횡단열차는 서쪽으로 세인트 피터스버그와 핀란드 헬싱키까지 연결하며 동쪽으로는 브라지보스톡에서 북한 평양까지 연장되어 있어 이것들을 합하면 훨씬 긴 거리다.


또 모스크바에서 몽고를 거쳐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몽고횡단로선과 모스크바에서 만주를 통해 베이징으로 가는 만주횡단노선도 시베리아횡단 열차다. 또 바이칼호수와 아무르 시 간의 철도열차도 시베리아횡단열차에 속한다. 도시 간에 운행되는 열차와 각 지방으로 흩어져 있는 지방열차들은 역마다 정차하며 시베리아횡단열차가 아니다.

8월 4일 열차승차
시베리아횡단열차는 모두 침대차다. 대부분의 열차는 16개정도의 객차로 각 객차는 식당차를 제외한 모두가 9개 방이 있다. 나에게 배당된 것은 4호차 15번 침대로 4명이 사용하는 2등 실이다. 넓이 약 5피트, 길이 7피트의 좁은 방에 창문가에 작은 테이블이 있고 그 양쪽에 침대가 아래위에 각각 2개씩 놓여있다. 아래에 자리 잡은 침대는 접으면 좌석으로 할 수 있지만 위의 침대는 높이가 낮아 침대로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깔고 덮는 흰 침대 시트세트와 베개 그리고 담요가 각각 지급되었다.

깊은 잠을 자고 아침에 깨었을 때는 현지시간 아침 6시 경이 되었다. 화장실에 가서 양치와 세수를 끝내고 복도에서 약간의 스트레칭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자고 있다. 목적지 하바로스크까지는 아직 몇 시간을 더 가야한다. 열차는 산과 강을 통과 벌판으로 나오고 있다. 찬란한 아침햇빛이 극동시베리아벌판에서 솟아 올라오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어느덧 1차 목적지 하바로브스크에 도착하고 있다.

8월 5일
하바로브스크(Habarovsk/Khabarovsk)
하바로브스크는 인구 약 60만 명으로 극동지방에서 블라디보스토크 다음으로 큰 도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800km로 떨어진 이곳은 러시아 극동의 중요한 행정 도시로 거대한 아무르강과 우수리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1860년 이전에는 중국영토였다. 이곳도 우리의 선조들의 얼이 있는 곳이다. 1860년대 농업이민자들이 블라디보스토크 부근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거의 1만 명이 이곳으로 옮겨와 농사를 시작했다. 독립 운동가들도 이곳을 드나들면서 활동했다. 북한 주석 김일성은 조선인과 중국인으로 구성된 소련육군부대의 장교로 이곳에서 근무를 했다.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은 김일성이 거주했던 하바로브스크의 Vyatskayte에서 1941년 2월 16일에 출생한 것으로 러시아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현재 한국에서도 이곳에 많은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다. 호텔과 가정의 전기제품 에어컨과 텔레비전 등이 삼성과 LG 상품이 대부분이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태인 자치구가 있다고 하여 택시를 타고 시내를 빠져 Amur강에 걸쳐있는 긴 다리를 건너 유대인 자치지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자치지역 센터까지 가려면 3시간 이상을 가야하기 때문에 그곳까지 갈수는 없었다. 아무 마을이나 들어가 보기로 하고 하이웨이 부근의 한 마을로 들어갔다. 낡은 아파트들을 보아 빈곤한 지역임을 알 수 있었다. 티셔츠만 입고 허름하게 옷을 입은 한 중년남자가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한다. 그의 티셔츠에 푸틴대통령의 사진이 크게 박혀있으며 그것을 자랑으로 생각했다.

그곳을 나와 다시 시내로 들어오는 중 아무르강 다리 사진 촬영을 하겠다고 했더니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군사적 이유인 것 같지만 미국과 다른 점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시내로 들어와 레닌광장에 들어갔다. 레닌동상이 우뚝 서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광장은 분수대와 꽃으로 수놓아 아름답다. 광장 부근 번화가 뒷골목에 예쁜 1층 건물에 영어로 Korea라는 간판이 달려있다. 식당이란 말은 없으나 이것이 한국식당이라고 운전기사는 말했다. 한국말을 모르는 젊은 한국인 같은 여자가 음식 주문을 받았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가 러시아인이다. 한국음식은 없으나 돌솥비빔밥이 있어 이것을 주문했다. 김치 몇 조각과 숩이 전부다. 호텔이 멀지 않은 곳이라 시내를 구경하며 호텔까지 걷기로 했다. 초여름의 시베리아 초저녁 날씨는 상쾌했다. <계속>

<권태진/변호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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