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르마트는 산 너무 높아 자동차를 기차 화물칸에 실어 날라
▶ 스위스 3대 미봉 중 하나‘마테호른’산악열차·곤돌라타고 올라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청정지역 타운을 보면 이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자연보호 환경에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자연을 찾으면 몸과 정신건강에 좋다.
정상 케이블카 타고 구름 위 지나가면 이탈리아 헬브로너로
▲고소증으로 떨다
등산화로 눈을 산아래로 밀어내 가면서 내려가는 이런 일은 처음 겪었다. 무섭기는 했지만, 너무 환상적인 설경 속을 걸으면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사진을 찍으려고 셀폰만 꺼내면 매번 진동모드로 전화가 오는 신호가 오고 있었다. 셀폰을 봐도 전화는 오는 게 아닌것 같은데, 분명 손에 잡고 있는 셀폰은 계속 진동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바위 위의 눈을 치우고 셀폰을 올려놓고 귀만 살짝 셀폰에 대 보니 진동이 안 울린다.
그때 알았다. 전화 진동이 아니고, 내 손이 진동으로 떨고있던 것이었다. 설마 하고 다섯 손가락을 펴서 내 뺨에 가볍게 대보니 손가락 전체가 약한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파르르 계속 떨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높은 산에 가면 고산병이 생기는데, 친구들이 내일은 고산병 약을 먹고 산에 가야 된다고 했을 때, 그 정도 산에 무슨 고산병 약까지 먹는 호들갑을 떠냐고 했다.
고산병 증세와 고소증으로 눈 내린 절벽 위를 걸으면서 나도 모르게 떨고 있으니, 셀폰을 잡을 때 마다 진동모드를 느꼈던 것이다. 몇년 전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 갔을 때 고산병 약을 먹고 부작용으로 몸이 너무 부대끼고, 구역질도 나고, 손가락 발가락이 저려서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고산병 약을 안 먹었더니, 이제는 나 뿐만 아니라 셀폰까지 떨었던 것이었다.
▲기차 화물칸에 차를 싣고…
다음 날, 그린델발트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도중에 기차 건널목 같은 곳에 차들이 줄줄이 서서, 엔진을 끄고 운전자들은 밖으로 나와 뭔가를 기다린다. 철길 건널목은 기차가 지나갈 때 잠깐 기다리는데, 이상하게도 모두 엔진을 끄고, 당연한 것처럼 아무 소리 안하고 편안히 기다린다.
우리도 뭔가 싶었지만, 말도 안 통하고 (대부분이 대화가 프렌치나 독일말 같다) 급한 것도 없어서 차 밖에서 산을 쳐다보고 감탄하고 있는데, 30분 쯤 후에, 차들이 시동을 켜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뭔지는 모르지만, 앞차를 따라가 보니 전부 기차 화물칸 위로 차들이 올라가서 다시 엔진을 끈다. 졸지에 화물칸으로 납치당하는 느낌 같았지만, 기차 위에 실려 반 시간 이상을 터널을 지나서 어느 역에 오니 차들이 다시 도로로 내려선다.
나중에 알았는데, 너무 높은 산이고 차로 그 산을 넘을 수 없고, 기차 터널만 있으니 기차로 실어 날라주는 서비스였다. 물론 돈 달라는 말도 없었다. 여행 플랜 짤 때도 이런 게 있는 줄 모르고 있었지만, 평생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재미는 있었다.
다시 다음날, 마테호른을 보기 위해 체르마트로 갔다. 이 타운은 청정지역이라 차가 들어갈 수가 없다. 테시(Tasch)라는 다른 타운에 차를 주차해 놓고 사람들만 기차를 타고 체르마트라는 도시로(작은 마을) 간다.
옛날도 아니고, 차를 못다니게 하는 동네가 있다는 건 이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자연환경 보호에 신경을 쓰는지 이해가 간다. 파라마운트 영화사 로고인 삼각형 산으로 유명한 마테호른은 스위스 3대 미봉 중 하나이다. 아침에 동트기 전에 호텔에서 나와 마테호른을 바라보면 햇살을 받아, 산 꼭대기부터 황금색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황금 덩어리같은 산
자주 구름이나 눈 때문에 황금색 산을 본다는 것은 행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기 힘든 산인데 우리가 머무는 이틀 동안은 다행히도 날씨가 좋아 동트기 전에 산이 보이는 계곡에 가서 떠오르는 태양을 받아 마테호른이 황금색으로 물들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아침 햇살을 받은 마테호른은 정말 누런 황금 덩어리같이 보였다. 아침에 글레이셔 파라다이스(빙하의 천국.3,883m) 까지 산악열차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 이곳이 세상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최고로 높은 곳이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다 밑을 내려다보면 산 밑도 안 보일뿐만 아니고, 케이블카 줄마저 구름 속으로 사라져서 안 보인다. 그냥 비행기를 타고 이륙해서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수준까지 올라간다. 다시 정상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구름 위를 50분 동안 가면 이탈리아 헬브로너까지 데려다준다. 너무 높이 올라와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바로 어지럼증이 생기고, 조금만 걷거나, 고개를 숙여 등산화 끈을 묶으려고 해도 100m 달리기한 다음처럼 숨쉬기가 불편하다. 팔뚝 두께만한 강철 로프에 매달린 케이블카가 구름 속으로 뚫고 올라가는 광경은 한폭의 그림같다.
체르마트에서 몽블랑에 있는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에귀디 미디 전망대를(3,842m) 보기 위해 샤모니로 향했다. 이곳에 오르면 몽블랑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에 걸친 알프스 산맥을 360도 다 볼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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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이(자유여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