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믿는 자에게는 순례길, 도보 여행자에게는 로망의 길

2020-02-28 (금)
크게 작게

▶ 여행전문가 토마스 리에게 묻는다

▶ 산티아고 순례길 가는 방법

믿는 자에게는 순례길, 도보 여행자에게는 로망의 길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러번 가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선 토마스 리.

삶의 현장에 마주하기 힘든 나 만의 완벽한 시간 누릴 수 있어
함께 걷고나면 서로 전투에서 살아돌아온 것같은 동지애가
순례길 망설이는 분들께 설명회 통해 용기주고 동반자 모집
내달 8일 설명회… 9월 출발전까지 걷기·등산 등 함께 체력 키워

: 많은 사람들이 한번은 가서 걷고 싶어 하는 곳 중에 하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데, 그 곳에 다녀온 입장에서 설명을 하자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 제가 종교 학자나 역사가가 아니기에 정확히는 모르지만,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종교 박해를 피해 예루살렘에서 이베리아 반도로 걸어 왔는데 그곳이 지금의 스페인입니다. 성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 예수를 믿는 신자들에게는 훌륭한 순례길이 되었고, 도보 여행자에게는 세상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로망의 길이기도 합니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길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사람들이 많이 가는 ‘ 프랑스 길 ’은 프랑스 쌩장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까지 800km, 포르투갈 포르토 대성당에서 부터 포르투갈 해안가를 따라 스페인 산티아고 까지 걷는 650km의 포르투갈 길이 있습니다.


: 이름이 순례길인지라 신앙심이 깊어서 다녀 오신건지? 아니면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가신건지 여쭈어 보겠습니다.
: 솔직히 신앙심이 깊어서 간 거라는 말씀은 못 드립니다. 신자이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항상 산과 들녁의 자연 속에서 걷는 걸 좋아하고, 나이가 들수록 나만을 위해서 시간을 내고 싶었고, 무엇을 하든 가족과 내가 가진 책임을 다 하기 위해서 살아왔는데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도 갖고 싶었고, 아름답지만, 모두들 힘들다는 이 길에 대한 도전도 해 보고 싶어서 다녀왔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는지 물어보시니, 한마디를 더 첨부 하자면 결혼 생활 40년이 가까우니 부부사이도 끓여놓은 물이 식어서 온기만 남아있는 듯한 삶을 살고 있기에 둘 사이에 어떤 모멘텀(탄력)을 한번 주어보자는 의미로 집사람과 순례길을 걸었던 것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부부가 같이 가셔서 힘들다는 그 길을 걸으면서 부부 사이에 어떤 변화 같은 걸 얻을 수 있었나요?

: 사실 한달 이상을 순례길을 걸으면서 음악도 듣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면서 데이트 하듯이 낭만적으로 한 달 이상을 걸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걷기 시작하니 음악을 들으면서 분위기 좋게 걷는다는 건 환상이었습니다. 정말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스페인의 산과 평화를 걸었지만, 하루에 25~35km를 걸어야 하니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길이 포장이 안 된 흙길, 자갈길을 둘이서 한 달 이상을 걷다보니 치열한 전투를 끝내고 같이 전투에서 살아남아 돌아온 동지애 같은 것이 생긴 것 같습니다.

: 본인은 그렇다 치고, 그 길은 걷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오는 것 같습니까?
: 누구나 마찬가지로, 같이 가지만 혼자 걷습니다. 우리 인생처럼...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신앙적인 이유로만 오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살면서 자신만의 삶의 무게와 책임을 길을 걷는 동안만 이라도 덜어내고 싶고,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자신과의 만남을 위해서 오지 않나 싶습니다. 삶의 현장에서는 마주하기 힘든 나만의 시간을 완벽하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체력적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지가 떠오릅니다.

: 문제는 체력입니다. 500마일의 순례길 중에 힘든 구간은 처음 피레네 산맥을 넘는 구간과 20일 차에 나타나는 2번의 산을 넘는 기간을 빼면 거의 완만한 능선이나 평야 입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걸을 수 있는 정도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갈 수 있는 순례길 입니다. 제가 9월에 다시 갈 생각이라 순례길에 대한 설명회를 제 식당에서 3월8일에 할 예정입니다. 가고 싶은 분들은 오셔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결정되면 제가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일 주일에 한번 씩 같이 가까운 공원이나 어렵지 않은 산에 같이 다니면서, 걷는데 대한 체력 단련과 용기를 갖게 해 드릴 예정 입니다. 아마도 6개월간 매주 한 번씩 걷는 연습을 하면 전혀 문제없이 다녀올 것이라 생각 됩니다. 종교적인 것을 떠나서라도 살 빼는데도 걷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봅니다. 저도 그랬지만, 여기 다녀오면 15~20파운드는 거뜬히 뺄 수 있고, 갖가지 성인병도 많이 나아지리라 봅니다.

: 대부분 일들을 하고 사는데 5주간의 긴 시간동안 자신이 하던 일을 멈추고 다녀오는 게 어려운데,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그 점이 제일 결정하기 힘든 일입니다. 은퇴한 분들이야 걱정이 없겠지만, 비즈니스를 하거나 직장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많은 순례자 분들이 4번 정도로 구간을 나누어 매년 한번씩 일주일에서 열흘씩 휴가를 내어 4년간에 걸쳐 순례길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 500마일을 걷는 동안 제일 기억에 남는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 가톨릭 신자인 제 경우는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의 어느 산골 마을을 가든 성당이 그 마을 중앙에 있고 항상 열려 있어서 잠깐씩 기도도 하고, 시간이 되면 미사에 참석 할 수 있어서 좋았었지요. 신앙적인 면을 떠나서는 가을의 스페인 땅을 동서로 가로질러 걷는 동안 도저히 글이나, 사진으로 표현이 안 되는 맑고 아름다운 하늘과 광활한 대지의 장관이 그곳을 항상 다시 가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킵니다. 힘들었던 점은 걷는 동안 발에 계속 물집이 생겨서 터지고, 발톱이 빠지고 해서 고통스러운 것이었지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땅에서 내가 걷고 있다는 그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 비용은 어느 정도나 드는가요?
: 뉴욕에서 가는 항공료와 프랑스 파리에서 순례길의 시작인 쌩장까지 기차 비용을 빼고 나면 35일 정도 순례에 $2~3,000이면 충분 합니다. 순례길도 일종의 여행인데 35일을 다녀오는데 $2~3,000면 상당히 저렴한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럽의 치안을 생각해 보거나 인적이 드문 시골길을 생각한다면 걷는데 안전할까 걱정이 되는데요?

: 저도 처음엔 그 점이 염려 되었지만, 가서 보니 아무리 인적이 드문 길을 걸어도 그 길은 순박한 스페인 농부들이나, 같은 생각을 가진 순례자들이 수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걷기 때문에 그것이 서로의 보호막이 되기도 합니다. 그 힘든 시골길을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걷겠습니까?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 점은 염려 안해도 된다고 봅니다.

: 3월 8일에 순례길 설명회를 한다는데 어떤 내용을 말씀 하실건지?
: 많은 분들에게서 순례길을 걸어 보고 싶다는 걸 듣습니다. 가고 싶다는 말에 이어 “내 체력으로 과연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소리를 동시에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설명회에서는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에게 체력을 키워서 갈 수 있는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싶습니다. 말로 갈수 있다는 말 잔치가 아니고, 실제로 가기 6개월 전 부터 같이 매주 한 두 번씩 가까운 공원에서 같이 걷거나, 산에 다니면서 체력을 키우는 연습을 할 예정 입니다. 갈려고 하는 분들끼리 반년을 걷다보면 서로 힘도 되고 용기도 불어 넣어줘서 별 무리 없이 순례길을 마칠 수 있으리라 봅니다.

: 일년 중 어느 시기에 다녀오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 아마도 9월 중순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비도 안 오고,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고, 특히 스페인의 가을 하늘 밑에서 걷는 즐거움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즐겁습니다. <여행 토마스 리>


산티아고 순례길 설명회
장소: 클럽하우스 레스토랑(뉴 하이드 팍 스프링 락 골프 연습장 내)
377 Denton Ave. New Hyde Park. New York 11040 (L.I.E exit 34에서 2마일)
시간: 3월 8일(일) 저녁 6시
전화 번호: 212-518-8772(자리 준비관계로 참석여부 전화로 알려주세요)
주관: www.tomstoursusa.com(참가비 없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