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2018-04-06 (금) 08:33:08 김동현 전 존스합킨스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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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가 숨 가쁘게 돌아간다. 남북간의 예술 공연교류 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관련 국들 간의 정상회담들이 줄줄이 예정 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도 5월 말 이전에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했는데 회담 실현 가능성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며칠 전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한반도 문제에서 잠시나마 소외감을 느끼던 중국은 단숨에 중심적 역할을 회복하고 앞으로 판세를 좌우할 기세이다. 그 만큼 북한을 둘러 싼 관련국들의 역학관계도 복잡해졌다.

문 대통령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되면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의 푸틴과 김정은의 회담 개최 가능성도 보도 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아베도 북일정상회담을 추구하고 있다. 곧 개최될 남북정상회담에서 최종적 비핵화 해결방안은 기대할 수 없다. 북핵문제는 남북간의 문제일 뿐 아니라 북미관계, 또한 국제사회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핵문제는 남측이 아니라 미국하고만 논의 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금껏 주장해 오던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된 한국의 역할을 인정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진전의 첫 단초가 될 수 있다.

한국은 현재까지 남북, 한미, 한중간의 의견 조율과 협력을 아슬아슬하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역할은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라 핵심이해 당사국으로서 직접 협상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한 동안 전쟁의 으름장을 놓던 북미 두 나라가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한편 북미협상에만 한국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따라서 그 후에 올 수 있는 한국을 포함하는 3자 또는 6자 등 다자간의 협상에 직접 참여, 조정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불신과 부정적인 시각은 불행한 경험과 현 시점에서 보는 북한의 의도 추측을 기준으로 한다. 트럼프에 대한 경고는 다양하다.


1.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동등한 협상 상대로 인정한 다음 놀아 날 수 있다.(이에 대한 반론: 트럼프의 판단력을 믿어야 한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2. 북한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요구하고 비핵화가 아니라 군축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반론: 대화의제 자체가 비핵화다)

3. 북한은 어떤 약속도 지키지 않을 것이다.(반론: 과거 약속 파기에는 미국에도 일부 책임이 있었다. 검증조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

4.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북한은 동결까지를 비핵화로 보고 비핵화를 한다면, 북한 뿐 아니라 남한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론: 비핵화란 용어는 협상시작부터 분명히 정의해야 한다. 6자 회담에서 사용했던 비핵화 (denuclearization) 보다는 94년 제네바 핵협정 때 사용한 철폐(dismantlement)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북한은 제재 압력의 효력을 약화시키려 한다.(반론: 제재수단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쥐고 있다. 미국은 제재압박의 수위를 낮추지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이 변할 수 있다. 유엔 결의안의 목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는 것이었다)

6. 북핵 협상은 질질 시간을 끌어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북한은 시간을 벌어 결국 핵미사일을 완성하려는 속임수다. (반론: 비핵화 합의 도달 보다 합의이행 및 검증과정이 더 오랜 시간을 소요할 것이다. 하지만, 최고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북한의 핵무기의 철폐와 처분 시한까지도 합의할 수 있다)

7. 평화조약을 맺으면, 주한미군철수를 초래하게 되고 결국 북의 한반도 적화 통일의 야욕을 채워주게 된다.(반론: 주한미군 주둔은 한미방위조약에 근거하고 있다. 북한이 왈가왈부 할 문제가 아니다. 적화통일은 북한의 망상이다)

8. 북한은 제재압력과 내부 봉기로 어차피 붕괴될 텐데 협상할 필요가 없다. (반론: 지난 20여년간 거론된 붕괴론은 맞지 않았다. 한국의 보수정부들이 북이 1-2년 내에 무너질 것이라고 워싱턴에 말해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전략적 인내였다.)

9. 북한의 속임수는 북미회담을 통해서 한미 사이를 이간시키고, 한미동맹을 파괴하려는 것이다. (반론: 한미동맹의 강화 유지는 한미 양국에 달려있다. 요즘 북한은 통미봉남 보다 남한을 통해서 미국에 접근하려고 한다.)

10. 북한의 폭군 정권과 협상을 하는 것은 도의상으로 있을 수 없다. 그는 10만여 명을 정치수용소에 가두고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 (반론: 미 국방장관을 지낸 빌 페리는 대북정책 대표시절, 그의 보고서에서 북한과 협상을 추구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북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쟁위협이 가시고, 북한의 경제가 개선되면, 인권 개선의 여지도 그 만큼 높아질 수 있다)

<김동현 전 존스합킨스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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