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 정말 달라졌네

2018-03-28 (수)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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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해 봉하마을에는 전에 없던 기현상이 일고 있다. 지방선거에 입후보한 정치인들이 몰려와 너도나도 앞 다투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바람에 봉하마을이 성지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견해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장 재선에 입후보한 박원순과 경기지사에 입후보한 이재명- 이들은 지난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지참배를 하면서 선거승리를 다짐했고 권양숙 여사를 만나고 돌아갔다.

박원순과 이재명은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에 머무르지 않고 다음 대권을 노리는 야망에 찬 정치인들이다. 이들이 선거운동을 펼치기 전 노무현 전 대통령 묘를 참배하면서 노무현 정신을 잇겠다고 맹세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들 두 사람뿐만이 아니다. 도지사, 시장, 국회위원(보궐선거)에 입후보한 민주당후보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왜 봉하마을에 달려오는 것일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무슨 수를 쓰든지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문재인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내야 하고 문재인 사람들은 곧 노무현 지지세력이기도 하기 때문에 앞 다투어 봉하마을로 몰려들어 노무현 정신을 기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봉하마을을 찾아와 권양숙 여사와 기념 촬영하는 것을 노무현 정신 보증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비참한 처지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도대체 10년 전에 무혐의 처리된 이명박의 다스 관련설이 왜 10년 후에는 범죄혐의로 밝혀진 것일까. 10년 전에는 검찰에 불려간 증인들이 “다스는 이명박의 소유가 아니다”라고 거짓진술 한 것을 검찰이 그냥 받아들이는 식으로 눈감아 주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명박(MB)의 그 측근들이 이번에는 등을 돌리고 이실직고한 것이다. ‘박근혜 탄핵’에 아무도 책임지는 참모가 없었던 것과 비슷한 권력무상의 현실이다.

지금 보수세력은 서울시장 후보도 내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에서 보수세력이 몰락한 것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국민들은 왜 보수에 고개를 돌린 것일까. 보수세력이 진보세력에 패배한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해 스스로 몰락의 길에 접어든 것이다. 타살이 아니다. 자살이다.

‘보수는 부패했지만 유능하고 진보는 깨끗하지만 무능하다’라는 정치판의 유행어가 360도로 의미가 바뀌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보수의 무능을 만천하에 드러냈고 이명박 대통령부부의 인사관계를 둘러싼 금품수수 혐의가 튀어나와 보수=부패 이미지를 한층 더 키워 놓았다.

지난 10년 간 이명박 박근혜가 보수 세력의 축을 이루었는데 박근혜는 무능의 심벌로, 이명박은 부패의 상징으로 부각되면서 보수 세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보수가 재기하려면 철저한 자기반성과 자기혁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데 지금의 보수 세력은 그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보수의 가치 회복을 원하는데 보수는 자기 세력 유지에 급급하면서 안보문제만 가지고 상대방을 비판하니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는 것이다.

보수가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정희 묘역을 찾는 사람은 없고, 봉하마을로만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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