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함생통일론’ 을 말한다

2018-03-14 (수) 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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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생통일론’ 을 말한다

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가르기는 쉽지만 합하기는 어렵다. 부부싸움 이야기다. 티격태격 싸우다가 한 쪽에서 집을 뛰쳐나간다. 이혼문서에 서명한다. 합의이혼이다. 재판절차를 거치기도 한다. 재산과 자식을 나누기 때문이다. 서로 고생에 자식들이 골병들어도 재결합은 잘 안 된다.

나누기는 쉽고 통합하기는 어렵다. 교회싸움 이야기이다. 별 것도 아닌 일로 그룹싸움이 생긴다. 담임목사 지지파와 반대파로 쪼개진다. 중립파들은 슬금슬금 빠져나가고 싸움꾼만 남는다. 끝내 쪼개진다. 재산이 없으면 그냥 분리되거나 문을 닫는다. 재산이 있으면 법정으로 간다. 소송비 지불하면 양쪽이 빈털터리가 된다. 그 통에 예수님만 또 한 번 십자가에 처형된다.

분단되기는 쉽고 통일되기는 어렵다. 나라 이야기이다. 독일과 베트남이 그랬다. 아니, 우리 모국이 그렇다. 2차 대전 종전 무렵이었다. 미국 국방부에서 한반도 38도선에 붉은 줄 하나 휘익 그은 것이 남북분단의 시작이란다. 소련군이 점령한 이북에는 조선인민공화국 공산정권, 미군이 진주한 이남에는 대한민국 민주정부가 수립되었다. 한반도 허리가 한 칼에 두 동강이 났다. 6.25 전쟁이 터졌다. 통칭 사망자 200만, 부상자 500만, 이산가족 1,000만이란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후손들도 막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부부나 교회는 갈라서면 큰 문제는 일단 해결된다. 국가는 그렇지 않다. 갈라선 뒤부터 비극과 비극, 참극과 참극이 갈수록 가중된다. 협박하고, 총을 쏘아대고, 폭탄을 투하하고, 핵무기로 위협한다. “인간은 개인끼리는 선량해도 집단 간에는 잔인하다.” 미국 대표신학자 니부어의 명제다.


지난 73년 동안 남북집권자들이 분단을 구실로 저질렀던 악행들을 보라. 그런데도 서울정부와 평양정부가, ‘그건 내 탓이오’하는 말을 한 마디도 안한다. 아직도 6.25 민족대참사는 상대편이 먼저 저질렀다며 ‘핵무기로 불바다를 만들겠다’고 협박한다. 북쪽은 고려연방제, 남쪽은 정권마다 다른 통일방안을 제시해 왔지만 이름만 통일론이지 속내는 분단고착론 아닌가.

요즈음 우리 모국 한반도에는 남북화해 바람이 불어온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몰려온다. 자고나면 통일소식을 듣는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북남통일보다 더 좋은 복음이 어디 있습네까.” 1989년 평양복음화대회 준비 차 갔었을 때 평양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하지만 한 번 더 말한다. 가르기는 그토록 쉬워도 합하기는 그토록 어렵다. 게다가 우리는 여러 차례 속아 왔다. 어디 남북 집권자들이 자기 권좌를 간단히 내어놓겠는가. 함석헌 선생 말처럼 “씹던 껌 뱉기도 아까운데 그 좋은 권력 포기하기가 그리 쉽겠나.” 게다가 주변 강대국들이 이해관계를 치밀하게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키신저 박사는 “한국전쟁 때 남한 군대가 청천강에서 북진을 멈추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랬으면 통일은 훨씬 쉽게 달성되었을 것이란다. 모택동 정부가 위협을 느끼지 않았으면 중공군 개입이 없었다는 뜻이다. 값 높은 가설이다.

그토록 방해가 많더라도 통일은 해야 한다.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한다. 그래서 ‘함생통일론’을 기회 있는 때마다 주창해 왔다. 모두 사는 것, 함께 사는 것, 끝까지 사는 것, 온전히 사는 것, 그리고 남을 살리는 것이 ‘함생’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일차적으로는 남북정부가 ‘너 죽고 나 죽자’의 현재상태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그 다음에는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상생통일을 이루어 가야 한다. 남한과 북조선이 서로가 혜택을 크게 입는 방안이어야 한다.

한반도 절반인 대한민국만으로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고 미국 다음의 해외선교 대국이 되었다. 게다가 북조선도 핵무기로 온 지구를 휘저은 나라가 되었다. 남북이 협력국가를 거쳐 통일국가가 된다면 우리 코리언들이 능히 온 지구사회에 큰 사랑과 희망을 선물하는 ‘함생민족’이 되지 않겠는가.

<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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