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습벌레’키신이 주고 갈 또 한번의 감동

2018-03-13 (화) 08:23:21 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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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동그란 공 모양의 곱슬머리를 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무대를 걸어 나오는 예브게니 키신(Evgeny Kissin, 1971~). 그는 연주 중에도, 연주 후에도 좀처럼 웃음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관중들은 그의 손이 엮어가는 음의 세계에 순식간에 매료되어 박수 갈채를 보낸다.

러시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키신은 꾸준히 콘서트 투어를 하였는데, 그 동안 한국도 자주 방문했다. 2006년, 2009년, 2014년 한국에서 열렸던 세 번의 콘서트는 모두 티켓이 매진되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2006년 콘서트에서는 1시간에 걸친 10곡의 앙코르 연주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정을 넘겨서까지 이어진 사인회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9년 내한 때에는 다섯 시간 만에 티켓이 매진되었다.

키신은 피아니스트 어머니를 둔 덕에 어려서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6세 때 모스크바 그네신 음악원(Gnessin School of Music)에 입학하여 안나 칸토르(Anna Kantor)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이례적으로 유명 피아노 콩쿠르에 단 한 번도 출전한 경력 없이 어떻게 그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올렸을까? 13세에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을 연주하고 라이브 앨범을 발표한 후 그는 피아노 신동으로 유명해졌다. 16세였던 1987년에는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 1번을 연주해 대성공을 거둔다. 이 콘서트는 전 세계에 방영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어 1990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의 연주로 미국 데뷔를 하였고, 카네기홀의 100주년 기념 시즌 오픈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또한 그는 1997년에 전통과 규모에서 세계 최대라는 런던 BBC 프롬스(The Proms)의 초청을 받아 콘서트를 가지기도 했다. 이후 러시아 문화를 선양한 공로로 훈장도 받았고, 미국 음반 예술 산업 아카데미에서 음악 분야의 탁월한 업적에 수여하는 그래미상(Grammy Award)을 두번이나 수상한 이력이 있다. 그렇게 그는 월드스타가 되었다.

키신은 2세 때 들은 음악을 그대로 피아노로 연주 할 정도로 일찌감치 천재적 재능을 드러냈다. 하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과 별개로 그는 지금도 하루 7시간씩 연습에 몰두하는 성실한 연주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연주 때문에 외국을 많이 방문하지만 연습만 하기 때문에 모든 도시의 공항부터 호텔까지의 길만 기억한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한국에서 있었던 콘서트 시 담당자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연주 시작 직전까지도 피아노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피아노와 음악을 대하는 그의 진실된 마음, 그리고 그 음악을 관객들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정성 어린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강력한 파워와 섬세한 음악성을 가진 키신의 연주를 좋아했었다. 7년 전,필자는 키신의 피아노 연주를 듣기 위해 케네디센터를 찾았다. 무엇보다 듣고 싶었던 라이브 연주였기 때문에 무대에 놓인 피아노만 보고도 마음이 설렜다. 기대했던 대로 키신의 무대장악력은 엄청 났다. 오는 5월, 그가 이번엔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를 가지고 다시 케네디센터 콘서트홀에 선다.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중 하나인 29번 ‘함머클라비어’와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로 무대를 채운다. 같은 프로그램으로 10월에 한국에서도 콘서트가 잡혀있다.

흥미롭게도 키신은 이디시어, 러시아어로 된 시 낭송을 한 적도 있으며, 2010년에는 이디시어로 된 현대시 낭송집을 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시 한편을 듣는 것 같기도 하다. 앙코르 연주를 길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가 이번 연주에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의 곡 외에 어떤 곡들로 앙코르를 채울지도 기대된다. 전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모두를 기립하게 했던 뜨거웠던 워싱턴 DC에서의 2011년이 오는 5월 다시 재현된다.
Evgeny Kissin, Piano
Wednesday, May 16, 8:00 PM
The John F. Kennedy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2700 F Street, NW Washington, DC 20566)

<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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