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페어팩스 카운티의 레이크 브래덕 중고교를 방문했다. 가정 과목 수업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학생들이 고유 문화와 음식을 소개하며 음식도 서로 맛있게 나누어 먹는 것을 보았다. 또한 스페인어 수업에서는 문화 교육으로 초청된 전문 댄스 강사들을 통해 학생들이 탱고, 살사 등 라틴 댄스의 기본을 즐겁게 배우는 모습도 보았다.
그러나 그 날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방문 목적은 올해 신설된 한국어반 수업 참관이었다. 학년 초부터 한 번 가 보고 싶었는데 지난 주에서야 드디어 실행에 옮긴 것이다. 사실 외부 인사, 특히 나 같은 교육위원이 와서 수업을 참관하면 가르치는 교사에게는 부담이 된다. 그리고 학교 행정 책임자들도 긴장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날 나의 수업 참관을 반갑게 허락해준 담당자들께 감사한다.
이 학교에서 올해 개설된 한국어 과목은 둘이다. 한 과목은 기초반 (Korean 1) 이고 또 다른 한 과목은 두 개의 다른 수준(Korean 2와 3)을 합쳐 놓은 반이다. 현재 기초반에는 31명, 그리고 다른 반에는 12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첫 해인데도 그 정도 숫자라면 내년에는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의 수강이 예상된다. 특히 이 학교는 중고교이기에 기초반 수업을 중고등 학생들이 같이 수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방문한 날이 설 바로 전 날이었는데 초청 가야금 연주도 있었고 학생들이 한국의 대표적 민요인 아리랑도 배우는 것을 보았다. 학생들이 제기도 만들어 차고 선생님은 쵸코파이와 약과를 준비해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두 수업에 참관해 보며 느꼈던 것들 중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던 것은 한국어가 모국어라고 해서 다 아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가르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 날 한 수업에서 학생들이 숫자에 대해 배우는 것을 보면서 옛날에 배웠지만 잊어 버렸던 부분들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음을 알았다. 수량을 세는 숫자들을 기수 그리고 순서를 세는 숫자들을 서수라고 한다는 것은 기억했다. 그러나 기수도 하나, 둘, 셋, 넷 등의 “순 우리말 기수”(Pure Numbers 혹 Native Korean Numbers)와 일, 이, 삼, 사 등의 “한자어 기수”(Sino-Korean Numbers)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을 가리킬 때 “시”에는 순 우리말 기수를 사용하고 “분”과 “초”의 경우엔 한자어 기수를 사용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4시 17분을 말할 때 “네 시 십칠 분”이라고 하지 “사 시 십칠 분”이나 “네 시 열일곱 분”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나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이 당연한 것인데,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또한 조사인 “에”와 “에서”의 차이점 설명도 들었다. “집에서 먹는다” 라고 하지 “집에 먹는다” 라고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그런 조사가 붙는 장소에서 어떤 행동이 이루어 질 경우 “에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차가 집에 있다”고 하지 “차가 집에서 있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있다”는 행동동사가 아니라 상태동사이기 때문에 “에”를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서 나도 한국어를 다시 한 번 체계적으로 배워 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번 주 일요일이면 평창 동계 올림픽도 끝난다. 한국은 1988년의 하계 올림픽에 이어 동계 올림픽까지 개최하고, 전쟁의 잿더미에서 오늘 날의 경제 강국으로 우뚝 솟은 자랑스러운 나라다. 그리고 정치의 민주화도 뼈아픈 독재 시대를 거쳤지만 상당히 빠른 기간 내에 이루어 냈다. 그러한 나라에서 쓰는 언어인 한국어는 정말 배워 볼 만하다. 페어팩스 카운티 내의 여러 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제공한다. 한인 학생이 한국어를 학교에서 공부하면 미국 대학 입학 사정에 불리하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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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