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무 살 바람

2018-02-22 (목) 08:09:08 김행자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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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한바탕 우레 다녀가시더니
이른 새벽 창을 열자 어둠속에서 달려와
마른 얼굴 감싸는 낯익은 바람결이
참으로 아득했지요
은은한 들꽃 향이 밴 내 몸에서푸른 잎들
스멀스멀 돋아나던 스무 살
그 싱그러운 바람이 홀연히 날 찾아와
등 굽혀 라벤더 모종도 함께 하고
자잘한 흰 꽃들과 흔들리며 풀빛 머리도 빗겨 주었지요
돌아보면 희미한 흑백 사진 하나
기억의 화랑에서 떠올랐다 스러지다
이제 다시 보내면 안된다고 꼭 붙잡아야한다고
가던 길 되돌아와 다짐다짐 하던
내 생의 스무 살 바람
마음 깊은 곳에 바람 부는 날이면
어김없이 다가와 불러주는 그의 노래가
종일 창가에 와 머물다 갔지요

<김행자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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