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5개 만점)
▶ 즈비야긴체프 러시아 감독, 영혼의 부식·도덕적 무감각…진지한 시각 현대사회 비판
사랑이 없는 부모를 둔 알로샤가 실종되면서 부모는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사랑 없는 결혼을 끝내가는 부모의 갈등에 충격을 받아 집에서 사라진 아들을 찾으면서 겪는 부모의 후유증과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그리고 수색에 나선 자원봉사대의 긴 수색과정을 통해 인간 영혼의 부식과 도덕적 무감각과 함께 현대 러시아 사회를 냉소적으로 비판한 엄청나게 심각하고 무게가 있는 러시아 영화다.
러시아 사회의 부패와 관료체제를 성경 속의 욥의 이야기를 빌려 우회적으로 비판한 걸작 ‘해수’(Leviathan)를 연출한 안드레이 즈비야긴체프의 작품으로 고통스럽도록 느리고 진지하다. 작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오는 3월 4일에 있을 오스카 시상식의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이다.
2012년 늦가을로 우중충한 잿빛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두 사람의 사랑 부재에 한기가 느껴지는 부부 제니아(마리아나 스피박)와 보리스(알렉세이 로진)는 이혼 직전의 사이로 둘은 완전히 서로를 무시하고 미워하는 사이다. 제니아는 미장원 주인이고 보리스는 회사원으로 제니아에게는 부유한 사업가 애인 안톤(안드리스 케이쉬스)이 있고 보리스는 이미 임신을 한 애인 마샤(마리나 바실리에바)와 마샤의 어머니가 함께 사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부부는 살고 있던 모스크바 교외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는데 아파트가 팔리면 자신들의 12세난 아들 알료샤(마트베이 노비코프)를 누가 양육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데 서로 안 맡으려고 한다. 이 때 제니아가 자기는 알로샤도 또 보리스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데 이 말을 자기 방에서 들은 알로샤가 소리 없이 운다.
그리고 알로샤가 실종된다. 제니아는 아들이 실종된 것도 학교로부터 아이가 이틀이나 결석했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안다. 이를 경찰에 신고하나 담당형사는 인력부족이라며 실종자 수색을 하는 자원봉사대에게 부탁해보라고 건의한다.
이어 자원봉사대의 길고 긴 수색이 진행되는데 아파트 인근 숲과 버려진 건물 등을 샅샅이 뒤지나 별무효과다. 황량한 숲과 유리창이 깨지고 물이 고인 폐건물의 모습이 엄청나게 비관적인 영화 내용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부부는 혹시나 아들이 시골에서 혼자 사는 제니아의 어머니를 방문했을까 하고 찾아가는데 여기서 제니아의 찌든 과거의 현장이 노출되면서 안톤이 상징하는 부에 대한 제니아의 동경의 근원을 알게 된다. 부부는 비슷한 아이를 찾았다는 병원의 통보를 받고 갔지만 아들이 아니고 아들 또래의 사체도 역시 알로샤의 것이 아니다. 영화는 이와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비롯해 러시아 시민들의 부에 대한 집착 등 러시아의 사회정치적 제반문제 등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영화는 알로샤의 실종 1년 여 후에 끝나는데 아들의 실종으로 인한 후유증을 앓는 보리스와 제니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라스트신이 충격적이다. 사랑 없이는 그 누구도 살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슬프고 비관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부부로 나온 배우의 연기가 좋은데 특히 영화에 잠깐 나오는 알로샤 역의 노비코프의 말 없는 표정 연기가 뛰어나다. 그리고 촬영과 형식미도 훌륭하다.
일부 극장. 로열(11523 Santa Monica Blvd.)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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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