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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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YWOOD’ 사인 내려다보며 순간의 희열을…

2018-02-16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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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 Lee (Hollywood Sign)

‘HOLLYWOOD’ 사인 내려다보며 순간의 희열을…

Mt. Lee 정상에서 보는 경치. 오른쪽에 Lake Hollywood가 보인다.

LA에 살고 있는 우리 Angelino에게는 자랑거리가 많다. Gold Rush에서부터 비롯됐을 California Dream에 이끌려 세계 각국으로부터 모여든, 꿈과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 엮어가는 다양한 문화와 가치, 그리고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창조적 시너지 등이, 너무나도 쾌적한 지중해성 기후에다가 푸르고 망망한 태평양, 너른 들, 높고 험준한 산맥들과 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에 뿌리를 내리면서, 만인이 선망하는, 활기에 찬 싱그러운 꽃을 피워내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 LA이다.

전 인류의 시선을 모아온 신데렐라의 화려한 궁전 Hollywood, 현실에다 꿈과 동화를 섞어서 축조해낸 무지개 왕국 Disney Land, 온 지구인의 입맛을 통일해 가고있는 햄버거제국 McDonald, 하늘로 우주로 날아 오르는 인류의 날개인 Boeing 과 NASA의 JPL, 세계제일의 소수정예 공과대학 Cal-tech을 비롯한 UCLA, USC 등의 명문대학들-.

산을 좋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우리 LA한인타운 북쪽편에 있는 Griffith Park이다. Griffith Park은 이름이 Park이지, 도심에 있으면서도 그 규모나 형세는 웬만한 깊은 산을 뺨칠 정도여서, 우리 Angelino들의 큰 자랑이자 진귀한 보배라고 할만하다.


크기를 살펴보자. New Yorker들의 긍지인 Central Park이 103만평(843에이커), Londoner의 자랑인 Hyde Park이 77만평(630에이커), 서울의 남산이 89만평(726에이커)인데 비해, 우리의Griffith Park은 무려 528만평(4310에이커)에 이르러 가히 압도적이라 하겠는데, 도심속의 공원으로서는 북미주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Griffith Park은 금광으로 부자가 된 South Wales출신 이민자 Griffith Jenkins Griffith라는 이가, 1896년 12월에 LA시민들에 대한 크리스마스선물로 기증하여 생기게 되었다는데, 당시 시의회에서는 타운에서 너무 멀어 시민들이 이용하기가 불편하고, 관리상의 어려움만 생기게 되니 받지 않아야 된다는 의견도 많아서, 표결 끝에 어렵사리 증여가 이루어 졌다고 한다.

아직은 도시의 인구(1890년에 50,400)나 규모가 작았고, 그때는 자동차라는 교통수단도 아직 출현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니까 지금보다는 훨씬 더 멀게 느껴질 수 있었겠는데, 행여 그 때 증여가 실현되지 않았더라면 어쩔뻔했나 아찔하다.

이곳을 찾는 분들은 물론 남녀노소가 두루 분포되어 있겠으나, 특별히는, 비익연리의 부부애와 노익장을 과시하듯,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커플들이 많다는 것과, 주말에는 LA Runners Club, KMC, Day Breakers 등에 소속된 한인 마라토너들의 이용이 많다는 것이 눈에 띈다.

필자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주중 아침시간에 산을 오르는 거의 대부분의 분들은 천문대 주차장 기준으로 왕복 1시간 내외인 Mt. Hollywood 정상을 다니시는데, 이 코스는 필자처럼 주말에 한하여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본격적인 등산을 하려는 사람들에겐 너무 짧다고 하겠다. 이런 경우를 고려하여, 미국문화의 세계적인 아이콘인 ‘HOLLYWOOD’ Sign도 직접 가서 볼겸, 한인 마라톤 클럽들이 종종 이용하는 Mt. Lee 코스를 소개코자 한다.

Hollywood에서 부유층을 상대로 Cadillac판매회사를 운영하였던 Donald Musgrave Lee(1880~1934)가 이 봉우리 정상에 Channel 2 TV방송용 Antenna Station을 세웠기 때문에 Mt. Lee라는 이름이 이 산에 붙여졌다고 한다. 왕복 6마일쯤으로, 3~4시간이면 된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Vermont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Los Feliz를 통과하게되는데, 이때부터 완만하게 구부러지는 주택가 길을 0.3마일쯤 더 가면, 공원임을 알리는 큰 Sign이 왼쪽편에 서 있다. Wilshire와 Vermont교차로에서 부터는 3.7마일 지점이다.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하여 0.5마일을 더 오르다가, 짧은 터널을 통과하면, 터널 바깥 오른쪽의 길 어깨에 주차한다.
‘HOLLYWOOD’ 사인 내려다보며 순간의 희열을…

Mt. Lee를 멀리서 본 모습.


<등산코스>

바로 앞에 있는 차량출입통제 Gate를 걸어서 통과한다. 이 넓은 포장도로가 Mt. Hollywood Drive이다.

길을 따라 걸어가노라면 눈앞에 펼쳐지는 도시전경과 ‘Hollywood’ Sign, 천문대, 산과 계곡들과 길가의 아름다운 소나무, 참나무, Ceanothus, Buckthorn, Tree Tobacco, Laurel Sumac, Toyon 등을 망라하는 각종 수목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Toyon이란 식물은 Holly라고도 부르며, ‘Hollywood’ 란 말이 나오게 된 주인공인데, 가을과 겨울에는 작은 앵두알같은 빨간 열매가 뭉터기로 열려, 그 화려함과 요염함을 자랑한다. 계절이 봄이라면, 흔히 유채꽃이라고 말하는 무우잎처럼 생긴 Black Mustard, 민들레, 야생 해바라기, 파피 등도 볼 수 있다.

30분 정도를 걸으면 왼쪽으로 휘어지는 길 중간에 섬처럼 큰 화단이 있고 그속에 7그루의 큰 나무가 보호되고있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을 지도에서는 3 Mile-tree로 표시하고있다.

여기서 15분정도를 더 나아가면 왼쪽으로 넓은 내리막 흙길이 나오는데 이 길은, 건조하고 매말랐던 우리 LA가, 오늘날 일약 푸르른 지상낙원이 되어있고 세계적인 거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인프라 ‘Los Angeles Aqueduct’를 구축하는데 앞장서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William Mulholland(1855~1935)에게 헌정된 ‘Mulholland Trail’이다.

여기서 잠시 시간을 내어 우리 LA의 발전과정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이라고 할 수 있을 William Mulholland의 행적과 함께 LA 역사의 한 페이지를 들추어보자.

1855년에 Ireland의 Dublin에서 태어났는데, 22세인 1877년에 주민수가 9000명 정도에 불과했던 Los Angeles로 오게된다. 여기에서 민간기업인 Los Angeles Water Company에 취직하여 일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게 되는데, 1902년에는 이 회사가 City of Los Angeles의 Water Department가 된다.

이 분야에 해박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William은 Superintendent가 되었고, 미래지향적인 LA의 번영과 성장을 위해서 안정적인 수자원의 확보는 필수라는 비젼을 가지게 된다. 결국 고도가 높은 Eastern Sierra의 물이 모이는 Owens Valley에서 고도가 낮은 San Fernando Valley까지 중력의 힘으로 물을 끌어오는 과감한 프로젝트를 그 당시 LA시장인 Frederick Eaton과 함께 구상하고 추진하여 164개의 터널을 포함한 전장 233마일의 Aqueduct(1908 ~1913)를 건설해낸다. 이렇게하여 안정적인 다량의 물을 확보하게된 LA와 San Fernando Valley등이 비로소 풍부한 농산물의 산지가 되고 수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The Switzerland of California’로 변모하게 되어지는 것이다.

이 Mulholland Trail로도 ‘Hollywood’ Sign이 있는 Mt. Lee에 오를 수는 있으나, 길이 산줄기의 자락을 돌고 돌기에, 마치 여인의 치마폭처럼 구비구비 주름져 있어, 편도 3마일정도의 거리가 되므로, 일부러 더 많이 걸으려는 의도가 있으면 이 길로 가면 좋겠으나, 그냥 통과하여 200미터쯤을 더 가면, 왼쪽으로 너비 1~2미터 쯤의 좁은 산길이 나오게 되니, 이를 따라간다. 공원안내지도에는 등재되어있지 않은 이름없는 샛길이다.

이 길은 정면에 있는 Mt. Chapel( 1,614’ )로 오르게 되는데, 오르다 보면 길이 왼쪽으로 갈라진다. 왼쪽 길은Mt. Chapel의 정상이 아닌 왼쪽 기슭으로 통과하게 되고, 직진하면 정상을 지나서 다시 두 길이 합쳐지므로 어느 길이라도 괜찮다.

여기서부터는 특히 전망도 좋고 여러가지 꽃들과 관목들이 우거져 더욱 운치가 있다. 주변의 경관을 즐기며 천천히 20분 정도를 걸으면 좁은 산길이 끝나고 왼쪽에서 올라오는 넓은 포장도로인 Mt. Lee Drive를 만나게 된다. 이 길을 따라 15분 가량을 오르면 송수신탑이 세워져 있는 Mt. Lee의 정상에 이르며, 바로 발아래로 ‘Hollywood’ Sign의 뒷면을 보게된다.

여기서는 전후좌우의 탁월한 전망과 함께, 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호수, Lake Hollywood 도 발아래 서쪽으로 보게 된다. 시원한 물이나 쵸컬릿을 곁들이면 정상에 선 행복감이 배가될 것이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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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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