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퀸즈한인교회, 2차 담임목사 청빙 무산 갈등고조

2018-02-09 (금) 09:05:09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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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당회원 부결 후보 청빙 강행”의혹에 비난 쇄도

▶ “교인 모두의 책임…당회·청빙위 사임해야” 자성 목소리도

<속보> 퀸즈한인교회가 2차 담임목사 청빙 무산<본보 2월6일자 A14면 등> 후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또 다시 빠져들고 있다.

임시 당회장은 돌연 사임했고 일부 당회원들과 청빙위원들이 ‘투표 결과를 뒤집자’며 교인들이 부결시킨 후보에 대한 청빙을 강행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내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설교 표절 논란으로 이규섭 목사가 퇴임한 이후로도 교인 갈등은 지속돼 왔지만 4일 열린 임시 공동의회에서 근소한 표차로 청빙이 부결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당회 허락’을 사칭해 불법 재검표 작업을 진행한 것이 이번 사태의 결정적인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투표 직후 이미 네 차례나 결과 재검을 실시한 바 있기에 당회 결의를 빙자한 재검은 엄연히 불법 행위라는 비난이 높아진 탓이다.

급기야 임시 당회장을 맡았던 정승환 목사는 이튿날인 5일 ‘교회의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성도이자 목사로서의 신앙 양심을 지키고자 사임한다’고 밝힌데 이어 6일 ‘현 상황과 신앙 양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히겠다’며 장문의 글을 교회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렸다.

하지만 정 목사의 글은 게재 직후 곧바로 당회에 의해 삭제됐다. 이 글에는 투표 전후 청빙위원회 활동의 문제, 투표 직후 불법 재검표 상황, 이튿날 열린 임시 당회에서 벌어진 내부 상황 등이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임시 당회에서 ‘투표인 가운데 4명의 부적격자가 나왔으니 불법’이라며 ‘선거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을 비롯해 지난해 8월 임시 당회장으로 위촉 받은 후 12월 중순까지 회의 진행권을 넘겨받지 못했던 어려움, 임시 당회장도 모르는 ‘당회 허락’ 사칭에 따른 책임 주체의 문제, 일부 교인들 사이에서 떠돈 인격 모독 수준의 악성 루머로 인한 상처 등도 언급했다.

현재 교회 웹사이트에는 ‘새로운 글쓰기를 시한부로 제한한다’는 안내와 함께 게시판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앞서 교회는 지난해 이규섭 목사의 설교 표절 논란이 들끓던 시기에도 게시판을 폐쇄했고 관련 글들을 삭제한 바 있다.

자세한 내부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을 삭제하고 교인들의 소통 공간인 게시판까지 폐쇄하면서 교회가 교인들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일부 교인들은 이 모든 사태는 교인 모두의 책임이라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스스로 권위와 신뢰를 저버린 결과를 초래한 당회와 청빙위원회가 먼저 책임 지고 스스로 사임해야 한다고 꾸짖고 있다.

교회는 이규섭 목사를 시작으로 이번 임시 당회장까지 6개월여 기간 동안 총 6명의 목회자가 사임한 상태다.

선장도 없이 좌표를 잃고 불안하게 항해 중인 교회가 교인들의 선택을 무시한 채 청빙을 강행할지 아니면 갈등을 봉합하고 현명하게 위기를 헤쳐 나갈지 한인사회와 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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