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어로 시조 쓰는 프레메리 교수, 세인트 메리서 강의 및 워크샵

2018-02-02 (금)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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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는 세계인들이 사랑할만한 멋진 문화유산’

영어로 시조 쓰는  프레메리 교수, 세인트 메리서 강의 및 워크샵
영어로 시조를 쓰는 ‘Sijo, an international journal of poetry and song’
이 지난 1월 25일 모라가에 위치한 세인트 메리 칼리지에서 시조 강의 및 워크 샵 등을 개최했다.

서강대 웨인 드 프레메리 교수 등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이반나 리, 데이빗 메켄 교수 등이 참가, 한국의 시조란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와 영어로 재현하는 시조 워크 샵 등을 통해 한국 시조의 아름다움을 미국 사회에 알렸다.

12시 30분 부터 시작, 저녁 8시까지 계속된 이날 행사에는 메켄 교수 및 현원영 시인 등이 시낭송하는 순서가 있었으며 참가한 학생들의 창작시 발표 등 시조를 통한 교류 및 뜻깊은 시간을 함께 했다.


1920년대 한국 시집의 서지학 연구로 하버드대 동아시아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는 웨인 드 프레메리 교수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한국의 시조를 서구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어 이번 행사를 주관하게 됐다” 며 앞으로도 계속적인 행사를 통해 한국 시조가 서구(시)에 줄 수 있는 영향력 등을 타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소월 시인과 소월 시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로 정평이 나 있는 웨인 드 프레메리(Wayne de Fremery) 교수는 소월 시와 시집을 서지학적인 차원에서 고찰한 ‘원본 『진달내꽃』『진달내』 서지연구’를 펴내 한국 시단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프레메리 교수는 한국내에 시 출판물에 대한 보존 및 기록물 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일제시대부터 현지까지의 책출판(서지학)을 통한 한국시 연구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프레메리 교수와의 일문일답.

▲ 한국 시조의 멋이랄까, 다른 점은 무엇인가?

- 일본에는 하이쿠가 있고 중국에도 전통 시가 있다. 그러나 일본의 하이쿠가 좀 딱딱하고 중국의 시가 형식에 치우쳐 있다면 한국의 시조는 형식은 있지만 딱딱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3,4,3,4 로 시작되는 시조는 일정한 형식 속에서도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며 주제가 있고 전개, 결론이 있다. 중국시의 건축미와 하이쿠의 간결함을 결합한 시조야말로 세계에 내세울 만한 멋진 문화유산이라 생각한다.

▲ 한국어와 영어는 단어의 길이와 리듬 등이 서로 다르다. 어떻게 영어로 시조를 쓸 수 있는가?

-시조는 물론 영문 시인들에게는 새로운 형식이다. 3,4,3,4 등 영어의 발음과 길이가 다른 한국어와 똑같은 영어 시조가 나올 수는 없다. 그러나 주제와 전개 그리고 3장으로 결론을 맺는 시조의 형식은 영시에도 그 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시조의 현주소랄까, 시조를 연구하며 느낀 점은?

-솔직히 시조에 열정이 있는 인구는 많지 않다. 그러나 현대 시를 쓰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그들의 시에 시조를 인용하고 있다. 시조는 원래 노래(가락)였다. 한국 사람들의 한이랄까, 그들만의 풍류를 시조로 옮겨왔는데 시조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노래가 될 수 있는 풍류가 가득하다. 시조은 현대시에 비해 보다 항구적이고 아름답다. 이러한 시조의 멋을 알리기 위해 시조 번역을 열심히 할 예정이다.

▲ 좋아하는 한국 시인이나 작품이 있다면?

-황진이, 정철 등 조선시대의 시조 시인들도 좋아하지만 일제때의 김소월, 한용운, 서정주 등의 시도 좋아한다. 특히 김소월은 가장 한국적인 멋을 시로 전달한 위대한 시인이다. 김소월은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지만 그 시대에 있어 시의 형식을 독자적으로 정립한 창조적인 시인이기도했다. 다만 그의 시가 토속적인 한국어에 기초하고 있어 번역이 어렵고 또 번역된 시로서는 김소월의 진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 앞으로의 포부와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시조 발표 및 강의, 워크샵 등을 통해 영어권에서도 시조의 아름다움과 시조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시조 외교관 역할을 지속하고 싶다. 포부가 있다면 시집 등 일제 시대부터 지금까지 간행되어 온 책출판물에 대한 서지학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 출판물의 보관과 관리는 문학의 뿌리를 보존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텍스트를 읽을 때 컴퓨터의 화면으로 읽는 것과 종이로 인쇄된 활자를 읽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컴퓨터가 나오기 이전의 오리지널 시집 등을 기록물로 계속 남겨야한다. 특히 디지털 시대를 맞아 서지학 등 문화 차원의 보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야한다는 생각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의 시조를 사랑하고 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시조를 많이 써서 보내달라는 부탁이다. 시조를 다음 주소로 보내 주면 시간 나는 대로 언제든지 답장하겠다. 이메일pwdef@ciskorea.org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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