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열정,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2018-01-16 (화) 07:58:50
이봉희
러시아의 대표적인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로 꼽히는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이 작품은 포르티시모(fortissimo, 강하게 연주)로 연주되는 네대의 호른과 강렬한 피아노의 화음으로 이루어진 도입부 때문에 유명하다.
낭만주의 시대에는 도입부가 파격적이었던 피아노 협주곡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와 화려한 시작을 가진 것은 단연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 1번일 것이다.
차이코프스키는 총 세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지만, 일반적으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하면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는 1번 피아노 협주곡을 떠올린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누구든 도입부만 들어도 알아차릴 만큼 귀에 익숙한 작품이 되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협주곡을 완성시킨 후에 모스크바 음악원장인 루빈스타인(Nikolai Rubinshtein, 1835~1881)에게 헌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루빈스타인은 작품의 진가를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것 일까?
그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해 혹평만 남겼다. 이에 격분한 차이코프스키는 결국 루빈스타인이 아닌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인 한스 폰 뷜로(Hans von Bulow, 1830~1894)에게 이 작품을 헌정하게 된다.
뷜로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해 독창적이고 경탄할 만한 곡이라는 정반대의 평을 내놓는다. 그리고 당시 미국 연주 여행 중이었던 뷜로는 보스턴 교향악단과 함께 이 작품을 초연하며 대성공을 거둔다. 이는 당시까지 러시아 안에서 작곡된 모든 작품들이 국내에서 먼저 연주되던 관례를 깨뜨린 케이스였다.
미국에서 뷜로와 보스턴 교향악단의 초연 이후 러시아에서의 연주도 좋은 성과를 내면서 이 피아노 협주곡은 각국의 피아니스트가 앞 다투어 연주를 하는 명작으로 자리 잡는다. 결국 루빈스타인도 차이코프스키에게 처음에 혹평을 했던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이 곡을 연주하며 그 우수성을 인정한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협주곡으로 세 개의 악장을 가졌다. 실패에 무척 예민했던 차이코프스키는 그가 존경했던 모차르트와 자신을 비교하며 형식미와 구성력의 부족함을 한탄했다. 실제로 총 연주시간의 절반을 차지하는 1악장을 두고 개성적이지만 전체적인 통일성과 형식의 균형감이 결여되고 다소 산만한 느낌을 가진다는 평을 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 안의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원하고 강렬한 화성들의 전개는 거칠고 광활한 동토의 러시아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만의 매력이다.
1874년에 완성된 이 작품은 1879년과 1889년 두 차례 개정되어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장대한 스케일을 가진 1악장 뒤 2악장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3악장은 경쾌하고 화사한 색채의 춤곡 주제로 협주곡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데 충분한 요소를 가졌다.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 느껴지는 차이코프스키만의 음악적 카리스마는 어떤 것일지 감상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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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